'출판명가' 민음사 8월말 파주 이전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22분


‘출판 명가’로 꼽히는 민음사가 8월 말경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로 이전한다. 1966년 설립된 민음사가 37년 만에 서울을 떠나 새 둥지를 트는 셈이다. 박맹호 대표의 세 자녀가 맡고 있는 황금가지, 비룡소, 사이언스북스는 강남구 신사동의 현 사옥에 그대로 남는다.

현재 파주 새 사옥 건축은 80%가량 진행된 상태이며, 전체 공간은 민음사 사무실과 창고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와 박상순 주간을 비롯한 민음사의 편집진이 전원 옮겨가고 현지 출퇴근이 가능한 인원을 새로 충원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내 출판 외길 인생을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식들하고 거리를 두면서 진정한 독립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고요. 내친 김에 집까지 고양시 일산으로 옮길 생각이에요”라고 밝혔다.

상희 근섭 상준 등 자녀들은 ‘든든한 백’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서운해했지만 아버지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아버지가 파주 이전을 계기로 ‘뒷방’에 물러나려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파주 이전’을 ‘새 장가 가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기존 인문서 출판에 덧붙여 미술과 논픽션 등 새로운 아이템 개발도 궁리중이다. 무엇보다 ‘출판은 벤처’라는 자신의 지론대로 민음사의 벤처주의, 벤처정신을 되찾자는 것이 파주 구상의 핵심이다. 한 후배 출판인은 “단행본 출판사의 대명사격인 민음사가 파주로 간다는 것은 큰 상징성이 있다”며 “파주출판단지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느낌”이라며 이전 소식을 반겼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