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박물관 어떻게 관리하기에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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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이 강도에게 털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국보급 문화재가 수두룩한 국립박물관이 외부의 불법 침입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야간 근무자가 보안시설의 작동을 멋대로 중단하는 등 관리체계 자체가 엉망이었다. 시설이나 근무기강 등 모든 면에서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얼마 전 이라크전쟁 때 현지 박물관이 갖고 있던 소중한 인류의 유물이 도난당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우리 국립박물관의 문화재도 그보다 안전한 환경에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강도들에게 털린 박물관 1층에는 기본적인 보안시설인 폐쇄회로TV도 없었다고 한다. 야간에 외부와 통하는 당직실의 출입구는 열려진 상태였고 건물 외부에서 경비를 서는 청원경찰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총체적 관리부실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 웬만한 민간시설의 경비 체계도 이보다는 나을 터인데 명색이 나라이름을 내건 국립박물관의 운영 실태가 이 수준이라니 문화행정 책임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립박물관이 관료주의적이고 안이한 근무 자세로 유물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번 일은 국립박물관이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국은 도난방지 시설은 물론이고 수장고의 유물들이 적절한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는지를 포함해 국민의 입장에 서서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사설 박물관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는 국립박물관에 집중 보관되어 있는 중요 문화재들의 문화적 가치와 중요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 국립박물관의 소장 문화재 가운데는 6·25전쟁의 와중에 당시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도 많다. 문화재에는 우리 민족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박물관 행정에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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