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그림책 작가인 저자가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린 ‘여행그림책’ 시리즈의 영국편. 글자 하나 없는 100% 그림책이다. 그래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 먼저 읽어도 될 듯한 생각이 든다. 결론은, 크게 상관은 없으나 그래도 시작과 끝이 있어 처음부터 읽는 것이 좋다.
그림책은 하나같이 영국의 마을들을 그리고 있다. 눈높이도 새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해서 시원하고 안정감 있다.
여기 그려진 영국의 마을은 농촌이나 어촌이나 도시나 아름답고 정겹다.
이 마을 안에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 같은 역사적 사실이나 ‘날아다니는 피터 팬과 팅거벨’ 같은 동화 속 장면이 숨어 있다. ‘뉴턴과 사과’와 크리켓 경기가 보이는가 하면 비틀스, 셜록 홈스, 빅토리아여왕, 처칠이 보인다. 조니워커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같이 어우러지기도 한다.
부록에는 ‘비밀을 찾아보는 예’로 제6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나무 속의 숨은 그림은 ‘메리 포핀스’고 오른쪽 아래엔 ‘곰돌이 푸와 당나귀 이요르와 크리스토퍼 로빈’이 있단다.
왼쪽 중앙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생가, 왼쪽 아래는 그의 연인 앤 헤서웨이의 집, 왼쪽 옆으로 오월제 기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오른쪽 위엔 그리니치 천문대가 자리했고 오른쪽 중앙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상이 우뚝서 있다.
그러나 ‘여행 그림책 Ⅲ의 비밀’이란 이 부록을 처음엔 보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조바심과 호기심으로 들춰 본 순간 많은 것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가 알고 있는 사실이나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들이.
부록 역시 절취선을 설정해 놓고 “절취선 안에는 이 그림책의 비밀이 모두 모여 있다”며 “이 책을 오래 감상하고 싶다면 이 ‘비밀의 해독문’을 잊어버린 채 늘 새로운 여행을 떠나라”고 권하고 있다.
명화, 명작, 영화의 한 장면, 역사적 사건, 에피소드, 유명인의 얼굴, 숨은 그림, 좌우대칭의 그림, 트릭을 이용한 그림, 연속연결을 이용한 여유있는 이야기, 유머러스한 그림….
이 정도 알았으니 부록을 치우고 그림을 들여다본다. 영국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번 두번 보다 보면 영국의 자연 역사 사회 문화가 새롭게 읽혀진다.
동화 속 장면들이 많이 나와 있으나 아이들이 이들 그림에서 많은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영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고 그림 역시 일본작가에 의해 한번 걸러졌으므로.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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