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부 문화부장관은 누구?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54분


최정호씨,김우창씨,이강숙씨,문성근씨,이창동씨.(왼쪽부터)
최정호씨,김우창씨,이강숙씨,문성근씨,이창동씨.(왼쪽부터)

▼누가 거론되나?▼

인터넷을 통한 장관 추천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치적 시도가 막을 내렸고, 이번 주 들어서는 각계 원로를 통한 ‘장관감 추천’이 시작된다. 특히 문화관광부 장관 인선은 대통령의 문화적 식견과 안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경우 문화 예술계 인사 중에서 장관을 선임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참여센터가 25일 마감한 장관후보 추천 접수 결과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씨와 영화감독 이창동씨, 윤형규 전 문화부차관, 학전 대표인 가수 김민기씨, 미술사학자인 명지대 유홍준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인 중앙대 강내희 교수, 전북대 강준만 교수 등이 추천됐다.

추천된 후보는 150여명이었으며 인수위의 사회문화여성분과위는 이들과 자체 추천 인사를 대상으로 20배수를 확정해 인수위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최종 낙점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 주변에서는 “인사동 카페와 술집에 문화부장관이 몇 사람씩 앉아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중 ‘노사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문성근씨와 명계남씨, TV 토론에 출연해 노무현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던 이창동 감독은 후보군에 늘 오르내리는 인물들. 특히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나 문화연대 등 노무현 정권의 문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체들이 문성근씨 등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씨는 2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며 말을 삼갔다. 그는 노무현 당선 이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절대로 정치는 안 한다”고 말해왔으며 연기자로 남겠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해 영화 ‘진술’에 캐스팅된 것을 언론에 공개해달라고 영화사에 먼저 부탁하기도 했다.

명계남씨와 이창동 감독은 현재 영화 ‘오아시스’가 출품된 로테르담 영화제에 가 있다. 두 사람과 절친한 한 영화인은 “대선 직후 명씨에게 ‘새 정권에 참여하면 가신그룹처럼 보여 좋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명씨가 농담 삼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5년만 살고 죽을 것도 아닌데’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감독도 입각설에 거론되는 것을 유쾌하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특히 명씨의 경우, 1년 전 ‘(명씨가) 돌출 행동이 심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정치권에 전한 한 영화사 대표와 관계가 소원해진 적이 있어 본인 스스로도 삼가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씨도 27일 장관 추천에 대해 “그건 내 ‘혈액형’이 아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유홍준 교수는 “일을 시켜주면 하기야 하겠지만, 문화유산답사기 제4권을 쓰고 있는데 장관보다 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고, 강준만 교수는 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KBS 사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것에 대해 “나는 전북대 신방과를 지킬 사람”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문화계 안팎에선…▼

문화계 안팎에서는 노무현 당선자와의 친소관계와는 상관없이 ‘문화부 장관감’으로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김우창 고려대 교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을 천거하고 있다.

최정호 김우창 교수는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지성을 겸비한 ‘르네상스적 문화인’이라는 것이 중론. 김동호 위원장과 이강숙 전 총장의 경우 다양한 경력과 문화계 신구세대들로부터 두루 존경을 받는 포용력에다 행정력도 갖췄다는 평.

이밖에 고건 총리후보의 측근으로 서울시 부시장 재임시 문화 인프라 구축에 공헌한 강홍빈 서울시립대교수, 국립극장 운영에 솜씨를 보인 민예총 출신의 김명곤 국립극장장, 지난해 10월 17개 문화예술단체가 참가한 ‘대선후보 문화분야 공약 평가’를 주도한 김용태 민예총 상임부의장도 거론해 볼 수 있다.

문화부 안팎에서는 현직 각료 중 상대적으로 재임 기간이 짧은 김성재 현 장관의 유임설도 나오고 있다.

▼역대장관들…대부분 非문화계 '낙하산'▼

김성재 장관,앙드레 말로

역대 대통령들은 전반적으로 문화 예술적 소양이 부족한데다 문화 예술을 정치의 장식물로 간주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문화부 장관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화공보부가 문화부와 공보처로 분리된 1990년 이후 문화부(문화체육부·문화관광부) 장관은 현 김성재 장관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이중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당시 이화여대 교수를 제외하고는 ‘문화계 인사’로 분류할 만한 인물은 없었고 청와대와 정치권의 ‘낙하산’이 대부분.

언론인 출신(이수정 이민섭 주돈식 송태호)이나 문인(김한길)도 있지만 문화부 장관 직전에는 현직을 떠난 지 오래된 ‘정치인’이었다. 이어령 장관을 제외한 10명 중 6명(이수정 주돈식 김영수 박지원 남궁진 김성재)이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했고 국회의원 등 집권당 내 인사가 3명(이민섭 신낙균 김한길), 총리 비서실장(송태호)이 1명이었다.

외국의 경우 문화계 인사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일이 적지 않다.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말로는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재집권한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1959년부터 69년까지 재임했다. 그리스에서는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유명한 영화배우 멜리나 메르쿠리가 문화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9월 인도에서는 영화배우 비노드 칸나가 문화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특정 분야 문화 예술인 가운데서 단체장을 배출했을 경우 자기 분야에만 관심을 쏟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문화 예술인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는 주장과 ‘전방위 문화인’이 장관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부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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