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새해부터 시작한 금주-금연-살빼기 '작심 1달'

  • 입력 2003년 1월 2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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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기업에 근무하는 이모 차장(40)은 지난해 설날에 뼈아픈 실수를 했다. 이 차장은 그해 신정에 고 이주일씨가 불을 붙인 금연 바람을 타고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설날 고향에 갔다가 반년만에 고교 동창생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다시 담배를 대고 말았다. 친구가 "혼자 오래오래 살아라"고 빈정대자 술김 반, 홧김 반으로 담배를 입에 댄 것. 이 차장은 귀경길에 도로에서 10시간 이상 밀리자 졸음을 쫓는다며 다시 담배를 피웠다.》

설날은 친구나 친지와의 술자리나 제사 후 음복문화 때문에 새해 첫날 세운 금연, 금주, 다이어트 등 건강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쉬운 때이다. 게다가 올 설날은 새해 들어 꼭 한 달 만인데 금연 금주에 따른 금단(禁斷)현상은 어느 정도 줄어들지만 무의식적으로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려고 핑계를 찾기에 좋은 때이다. 친구나 친지가 권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기 쉽다.

특히 새해 들어 금연을 시작한 사람은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뇌에서 술과 담배의 중독과 연관된 부위가 같아 술을 마시면 자연히 흡연 욕구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몰고 고향에 갈 경우에는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을 마시면 흡연 욕구가 사라진다.

또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나 친지에게 금연 사실을 알리도록 한다. 금연은 혼자서 묵묵히 하는 것보다 ‘광고’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최근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에는 설 때 운동을 중단하면서 이후에 운동을 다시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설 때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승용차 운전자는 적어도 한 시간에 10분씩은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고 스트레칭을 하도록 한다. 또 아무리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나서 햇볕을 쬐고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옛 습관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술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중독 환자는 한 잔의 술도 독약이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가 설 첫날 한 잔의 술을 마시게 되면 연휴가 끝날 때까지 술에 절어서 살게 되고 후유증이 계속된다. 알코올 중독자의 친척은 중독자에게 “음복주(飮福酒)는 마셔야 한다”며 권하는 것이 그 사람을 파멸시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설날에는 다이어트가 실패로 돌아가기 쉬운데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왜 다이어트를 하는 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남성은 차례를 마친 뒤 마당이나 현관 밖으로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여성은 음식 준비 중에 조금씩 먹는 것을 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음식을 적게 먹도록 나름대로 계획을 짜야 한다. 식혜 떡국 등 차례 음식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다는 것도 명심하도록 한다.

식사를 참다가 한꺼번에 먹은 뒤 토하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의 복용을 되풀이하는 ‘폭식증’,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도 식사를 기피하는 ‘거식증’ 등 식사장애를 겪는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치료 중이라도 음식을 권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고스톱을 치는 것보다는 윷놀이를 하는 것이 건강계획의 유지에 좋다. 고스톱을 치면 흡연의 유혹이 생기기 쉽지만 윷놀이를 하면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에다 운동을 지속하는 효과까지 있다.

(도움말=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 교수,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서홍관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설날부터라도 담배 끊으세요”

설날은 신정에 건강 계획을 짜고 실천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위기의 시간’이지만 신정 때 계획에 돌입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건강 계획에 돌입할 호기이기도 하다. 특히 설날이 닷새 남은 지금부터 금연 계획에 들어서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금부터 며칠 동안 담배 개비 수를 줄인다. 이를 위해서 △왼손으로만 피우거나 △라이터나 성냥을 갖고 다니지 않으며 △반나절만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

또 설 풍습에 설 때 찾아뵙지 못할 어른에게 섣달 그믐경 미리 세배를 하는 ‘묵은 세배’가 있는데 연휴 전 어른댁에 방문해 묵은 세배를 하면서 금연 사실을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에는 처음에 가볍게 인사하고 대화를 마치고 떠날 때 세배를 한다.

요즘에는 전통 풍습에 따라 새해 아침에 부모에게 세배하기 전에 부부끼리 먼저 세배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이때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금연 선포식’을 하는 것도 좋다. 가능하면 선물받은 라이터나 파이프 등과 고별식을 하는 등 금연 선포식을 거창하게 할수록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자녀에게 손자가 보는 앞에서 “올해 담배를 끊어라”고 덕담을 하면 금상첨화다.

설날 고향에 가기 전에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준비해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설날 세배를 다닐 때에는 칫솔 치약을 휴대해서 음복 뒤 담배 생각이 나면 양치질을 하는 것도 좋다. 명절을 쇠고 승용차를 몰고 고향을 떠날 때에는 차 속을 청소해 실내 공기를 깨끗이 하고 물을 준비해서 수시로 마시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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