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의 元祖 볼링 내달 20~22일 내한 공연

  • 입력 2003년 1월 2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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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재즈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앞), 베이시스트 피에르 맹고르(뒤왼쪽), 드럼연주자 뱅상 코르델리테(뒤오른쪽). 사진제공 크레디아

작곡가 겸 재즈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앞), 베이시스트 피에르 맹고르(뒤왼쪽), 드럼연주자 뱅상 코르델리테(뒤오른쪽). 사진제공 크레디아

80년대 중반, 음반점 클래식 코너에 ‘요상한’ LP음반이 깔렸다. 표지에는 플루트가 피아노와 한 침대에 누워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카툰이 실려있었다. 제목은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 클로드 볼링이라는 낯선 작곡가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뭐야? 재즈야, 클래식이야?” 미심쩍어하면서도 클래식 애호가들은 음반을 집었다. 국내에서 발매되는 라이센스 음반은 값싸고 타이틀 수가 적어 내키는 대로 집어들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막상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리고 ‘바늘’을 내려놓자 이제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바로크풍의 플루트 독주에 이어지는 드럼과 콘트라베이스의 재즈 리듬, 가요 멜로디에 소나타 형식을 버무려놓은듯한 이질감 그러면서도 새로움….

음반점에 가서 ‘이런 음반은 팝 코너에 진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클래식 팬도 있었고, ‘이 참에 재즈란 것 좀 알아보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음반이 훗날 빌보드 클래식차트 530주(11년) 연속진입의 대기록을 세우며 ‘크로스오버’라는 신장르의 주춧돌이 되리라는 것은 물론 예상할 수 없었다.

‘크로스오버의 창시자’로 불리는 73세의 노장 클로드 볼링이 2월 20∼22일 내한공연을 갖는다. 네 번째 내한 무대이지만 그의 대표곡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 연주는 95년에 이어 7년만이다. 2월 2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1일 현대자동차 아트홀, 22일 부산문화예술회관 (전 공연 7시반).

볼링은 프랑스 칸 출신. 열 네 살 때 재즈 피아노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독학으로 화성학과 대위법을 익히면서 당시로서는 드물게 클래식 재즈 등 여러 장르의 음악에 정통하게 됐다. ‘루이지아나’를 비롯한 영화 및 TV드라마 음악작업에도 참여하면서 표현력의 폭을 더욱 넓힌 그는 80년대 들어 드디어 ‘플루트와 재즈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으로 ‘장르통합’의 시도를 대중적으로 성공시켰다.

이번 공연에서는 ‘플루트…’ 외 다양한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분위기에 따라 연주할 예정. 음반에서 세계 정상의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이 맡아 화제가 됐던 플루트 연주는 그의 제자 시게노리 구도가 재현한다. 2만∼7만원. 1588-7890, 1555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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