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레포츠칼럼]크리켓, 배려와 신사정신 배워

  • 입력 2002년 11월 5일 16시 41분


‘요즘에는 아이들이 더 피곤하다.’

TV광고의 카피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은 돈 벌기에 바쁘다지만 아이들은 공부하기에 바쁘다. 무엇에든지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부모의 생각이 아이들에게 보다 치열하고 긴장된 정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에는 좀 여유 있고 느린 레포츠를 소개할까 한다.

크리켓은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스포츠이다. 11명씩 두 팀이 교대로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공을 배트로 쳐서 득점을 겨루는 경기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경기는 영국인의 생활철학이라 할 만큼 국민성과 밀착된 특수한 민족 스포츠이며, 현재도 영국과 영연방 나라에서 많이 행해진다. 언뜻 보면 야구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경기 운영면에서는 야구와 차이점이 많다. 또한 경기 운영 자체가 스피디하지 않기 때문에 한 경기가 하루에 다 끝나지 않고 3, 4일씩 걸리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크리켓이 승패에 연연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원래 이 게임은 사교목적이 강하다. 경기 도중에 런치 타임이나 티 타임이 있을 정도이다.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재미없는 게임’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크리켓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레포츠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규칙’이란 사람들간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이다. ‘때리고 맞아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권투의 규칙이 있는가 하면 서로가 합심해서 일정 시간 안에 일정 공간에 공을 넣는 축구, 농구, 핸드볼 등의 규칙도 있다. 이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투쟁’과 ‘협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크리켓은 이런 ‘투쟁’과 ‘협력’의 관계를 넘어서는 또 다른 형태의 레포츠, 즉 ‘친교’와 ‘배려’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는 레포츠다. 아이들은 이 게임을 통해서 치열한 승부의 세계보다는 배려와 신사의 정신을 배울 수 있게 되고 이는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삶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레포츠이기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원형 싸이더스 ‘리틀즈’ 이사 goldfish@sidus.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