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秋 霜(추상)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15분


秋 霜(추상)

秋-가을 추 霜-서리 상 幼-어릴 유

衰-쇠할 쇠 忌-꺼릴 기 循-좇을 순

옛 사람들의 四季節(사계절)에 대한 認識(인식)은 참 재미있다.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萬物(만물)이 기지개를 펴면서 蘇生(소생)하는 시기이므로 希望(희망)과 꿈에 充滿(충만)된 계절로 보았다. 무한한 可能性(가능성)을 지닌 계절인 것이다. 人生에서는 幼年期(유년기)에 해당된다.

여름은 萬物이 成長(성장)하는 계절이다.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마음껏 자라며 푸르름과 싱싱함을 자랑한다. 靑年期(청년기)에 해당한다.

가을은 成熟(성숙)의 계절이다. 그것은 ‘秋’자에서도 알 수 있다. 고개 숙인 벼(禾)가 햇빛(火)을 받아 영그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그래서 秋의 본디 뜻은 ‘벼가 익는 것’이다. 人生의 壯年(장년)이 여기에 속한다 하겠다. 겨울은 萬物이 衰落(쇠락)하는 시기다. 무성했던 잎은 떨어지고 그나마 초췌하여 일시 죽은 것과 다름없으며 지상의 動物(동물)들도 땅을 파고 몸을 숨긴다. 人生에서 老年期(노년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상의 四季節 중 우리의 조상들이 중시했던 것은 봄과 가을이다. 즉 무한한 가능성과 그것을 結實(결실)로 거두는 것을 더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그래서 春秋(춘추)라는 말은 있어도 夏冬(하동)이라는 표현은 없다. 一年을 부를 때도 여름과 겨울은 숫제 빼버리고 春秋라고만 불렀다. 여름은 오히려 忌避(기피)의 계절이다. 萬物이 성장하는 것은 좋은데 기세가 너무 등등한 나머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는 계절인 것이다. 孔子가 靑年의 血氣(혈기)를 警戒(경계)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또 季節의 循環(순환)을 陰陽(음양)의 주기적인 消長(소장·쇠함과 성함)으로 보는 易學(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봄은 陽氣, 가을은 陰氣에 해당된다. 陽氣는 生命을 살리고 陰氣는 죽인다. 곧 가을은 結實과 衰退(쇠퇴)를 겸하고 있는 셈이다. 宋의 文豪(문호) 歐陽修(구양수)는 가을을 읊은 秋聲賦(추성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풀잎이 가을을 만나면 색을 바꾸고 나무가 가을을 만나면 잎을 벗는다.’

結實과 衰退의 分水嶺(분수령)이 되는 것이 가을(秋)의 서리(霜)다. 서리는 그만큼 草木에는 무서운 존재다. 봄이 殘忍(잔인)한 계절이라면 가을은 무서운 계절인 셈이다. 이 점에서 우리의 옛 조상들은 官職(관직) 중에서도 刑罰(형벌)을 맡은 관리를 秋官이라 하여 그 무서움을 상징했다. 조선시대에는 刑曹(형조)를 秋官이라고 했다. 가을은 刑罰도 상징했던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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