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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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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채의 1988년작 '축전 88-4'.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감동을 서정적인 회화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의 초기작부터 타계 직전까지 작품 46점이 전시된다.
작품 세계는 초기 구상에서 비구상을 거쳐 인생의 후반부엔 추상으로 변모해갔다. 그의 화풍은 변했으나 변화의 근저엔 언제나 ‘자연과의 교감’이 흘렀다. 1960년대 이후, 대상을 해체해 재구성한 비구상 작품에도 한국적 풍토와 한국적 자연의 정서가 깔려있었다.
그의 자연은 때로는 감각적 서정적이었고 때로는 숭고한 정신세계, 종교적 절대 세계로 표현됐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꿈꾼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차분하고 감동적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순수 추상에 몰입했던 1970년대 후반 이후의 작품들. ‘초파일1976-7’의 경우,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수도자의 엄숙한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의 나이 예순을 넘어섰기 때문일까. 그는 1970년대 후반∼80년대초부터 마치 극락 세계의 길을 보여주듯 빛이 가득한 작품을 그려냈다.
과거의 기쁜 기억을 회고하면서 생명의 의미를 탐색한 ‘날’ 시리즈, 완전함을 상징하는 원을 모티브로 삼아 삶의 근원에 대해고민한 ‘축제’ 시리즈, 십자 모양을 모티브로 삼아 절대자에게 귀의하고픈 기원을 노래한 ‘염원’ 시리즈 등. 그의 후기작은 “자연의 원형을 재현함으로써 한국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술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미술의 외길을 걸었던 작가의 따스한 흔적이 맑고 투명한 화면에 하나 둘 피어나는 듯하다. 02-779-5310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