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브랜드 꽃집들 고객 취향-나이-직업 따져 ‘맞춤 서비스’

  • 입력 2002년 8월 15일 16시 44분



《“결혼 한 달째이던 어느 토요일이었어요. 퇴근 후 만난 남편은 백화점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에서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의 푸른색 투피스를 선물했어요. 집에 돌아온 뒤 초인종이 울리더군요. 단정하게 제복을 입은 모범택시 기사 아저씨가 정중하게 꽃다발을 건넸는데, 바로 남편이 배달해달라고 한 ‘소호 앤 노호’ 꽃다발이었답니다.”

홍보대행사 코콤 포터노벨리 최원희 대리(28)와 남편 이보영씨(34·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결혼을 자축한 ‘아주 특별한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꽃’이었다. 화이트 리시안셔스, 로즈유미, 연두색 수국 등을 섞어 흰색 종이로 깔끔하게 묶은 것이다. 은색 스티커와 리본에 보일 듯 말 듯 새겨진 ‘소호 앤 노호’는 그녀가 선물받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투피스처럼 알 만한 사람은 ‘브랜드’만 보고도 고개를 끄덕이는 꽃집 이름.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 플라워숍’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학파 플로리스트가 운영하거나 해외 유명 플로리스트들이 만든 세계적 꽃집 체인의 한국지점이다.

글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소호 앤 노호’의 꽃은 깔끔하고 정돈됐지만 정형화되지 않아 좋아요. 패랭이과의 석화(작은 들꽃)를 흙색 크래프트지와 지푸라기로 묶어 만든 부케를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연극배우 윤석화)

“‘존스’는 마구잡이로 꽂은 듯한 꽃 연출이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파격적인 대담성이 있어요. 3만∼5만원인 꽃다발 가격이 그리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요.”(모델 변정수)

서울 강남 지역 ‘브랜드 플라워숍’ 인기의 핵심은 고객 눈높이에 맞춘 자연스러움이다. 유학파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꽃집(‘헬레나’ ‘소호 앤 노호’ ‘존스’ ‘지니 플로라’)과 세계적 체인의 한국지점(‘제인 패커’ ‘크리스띠앙 또뚜’)으로 크게 분류되는 브랜드 꽃집들은 고급스럽되 자연스러운 꽃장식에 익숙해진 고객들에게 철저한 ‘맞춤 서비스’를 한다.

연주회, 파티 등 꽃이 놓일 장소나 용도 이외에도 고객의 취향, 나이, 직업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데이트할 때 입을 의상과 꽃의 어울림까지 세심하게 배려한다. 꽃집과 고객 간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은 기본.

“미니멀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고객에게 함부로 여러 색깔의 꽃을 뒤섞어 장식하면 안되죠. 이끼만으로도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어요. 요즘 손님들은 크고 비싼 꽃을 무작정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꽃까지도 예쁘게 바라볼 줄 아는 심미안을 갖고 있어요.”(‘존스’의 플로리스트 김종욱 실장)

브랜드 꽃집의 플로리스트 대부분은 해외에서 꽃꽂이 공부를 했다. 이들이 추천하는 꽃 전문 학교는 영국 콘스탄스 스프라이 스쿨, 제인 패커 스쿨을 비롯해 네덜란드 보어마 인스티튜트, 프랑스 에콜 프랑세즈 드 데코라시옹 플로랄 등이다.

브랜드 꽃집들은 꽃병의 디자인이나 꽃장식 소품에도 신경을 쓴다. 안개꽃을 섞어 부풀린 망사로 포장한 빨간 장미는 얼마나 천편일률인가….

원통형 유리 꽃병에 동그란 부케를 만들어 꽂은 빨간 장미(‘제인 패커’)는 마치 풍선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신비롭다. 또 진주, 구슬, 자갈 등을 곁들이면 꽃이 주는 느낌을 로맨틱하게 또는 청량감 있게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나무 도시락이나 수박에 꽃을 장식하기도 한다.

“패션감각이 있는 고객들은 ‘녹색’(green)을 즐기는 방법을 깍쟁이처럼 잘 알아요. 장미보다는 들꽃, 들꽃보다는 선인장을 오래 감상할 수 있죠. 바구니 대신 아크릴이나 스틸 등 인테리어 트렌드에 맞춘 재료들을 사용하면 꽃이 살아나죠.”(‘소호 앤 노호’의 이혜경 실장)

브랜드 꽃집은 꽃을 일상의 패션소품으로 끌어들였다.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느냐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것처럼 이제 ‘어디서 꽃을 주문하느냐’는 꽃을 사는 사람의 ‘브랜드’를 자연스레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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