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네티즌이 띄운 '미스 월드컵' 심민아씨 댄스 가수꿈 도전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한국-독일전에서 응원하고 있는 '미스 월드컵'
한국-독일전에서 응원하고 있는 '미스 월드컵'
‘하룻밤 자고 나니 유명해진 여성’. 인터넷 시대의 대중이 만든 월드컵 스타 미나(본명 심민아·25).

지난달 25일 한일 월드컵 준결승전인 한국-독일전이 벌어진 서울 상암경기장 관중석에는 섹시한 몸매와 과감한 패션으로 내외신 사진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여성이 있었다. ‘Be The Reds’라고 적힌 붉은 탱크톱을 입고 블루진 핫팬츠에 태극기를 치마처럼 두른 그녀의 모습을 AP AFP 로이터 등의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찍었고 이 사진은 전 세계로 전송됐다.

국내 언론에는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는 한 미모의 여성’으로만 소개됐다. 그녀는 경기장에 왔다가 뜻하지 않게 카메라에 잡힌 한 여성의 자연스러움으로 대중에 다가갔다.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라는 노랫말처럼….

1일 인터넷 프리챌(freechal.com)에 ‘미스 월드컵’이라는 그녀의 팬사이트가 생겼다. 이튿날 다음(daum.net)에는 ‘미나’라는 이름을 사용한 팬사이트가 만들어졌다. 현재 그녀의 팬사이트는 10여개. 미지의 여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들 팬사이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다음의 ‘미나 미스 월드컵 팬클럽’에는 9일 현재 2만2000여 회원이 가입했으며 다른 사이트도 각각 5000∼1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응원하는 모습에 홀딱 반했다. 어디서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나요’라고 호소하는 남성 팬도 많고 ‘과감한 포즈와 주위에 신경쓰지 않는 자신있는 행동이 감동시켰다’는 여성팬도 많다. 네티즌 사이에 그녀의 정체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자 지인들이 그녀의 정체를 부분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도의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했다.

그녀는 ‘미스 월드컵’ 혹은 ‘미나’라는 별명으로만 알려져 왔다. 본명을 두고 ‘심미나’니 ‘신미나’니 하는 논란이 있었고 ‘신민아’라는 이름도 나왔으나 ‘심민아’로 확인됐다.

왜 그날 그녀가 사진에 찍혔을까. 그녀는 아는 언니가 4강전 티켓을 구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가고 싶어서 시도 때도 없이 졸랐다. 결국 언니 친구 중의 한 명이 양보했다. 경기장 입구에서 독일 사진기자의 눈에 띄었다. 그 기자는 “좌석이 어디냐”고 물었고 영어를 잘 했던 그 언니는 “본부석 건너편 1층 1등석 앞에서 네 번째 줄”이라고 가르쳐줬다.

사진=전영한기자

사진기자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나와 경기시작 전까지 필드에서 관중석을 스케치한다. 필드에서 카메라 앵글은 2층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그녀가 2층에 앉았다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진 못했을 것이다. 1층 좌석에 앉자 독일 기자가 필드에서 손짓했고 다른 외신 기자들도 몰려와 30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이런 저런 포즈를 요구했다.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그녀는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도 대 독일전을 빼고는 한국팀의 모든 경기를 길거리에서 응원하면서 지켜봤다. 대 폴란드전은 코엑스 광장에서, 대 미국전은 잠실야구장에서, 대 포르투갈전은 한강 잠실지구에서, 대 스페인전은 잠실야구장에서 봤다. 처음 길거리 응원에 나섰을 때만 해도 ‘Be The Reds’ 티셔츠에 힙합바지와 두건을 착용한 평범한 복장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16강에 오른 뒤 강남 압구정동 등에 톱과 반바지에 태극기를 두른 여자들이 등장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원래 튀는 것을 좋아하고 남보다 더 튀지 못하면 속상해 하는 체질”이라 붉은 티셔츠를 잘라 옆을 묶어 섹시한 탱크톱을 만들어 입고 바지도 핫팬츠로 바꿨다.

그녀는 경기 의정부시 신흥대 재학 시절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춤솜씨를 닦았다. 그녀의 꿈은 마돈나나 제니퍼 로페즈처럼 춤 잘 추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졸업후 호텔에서 일할 때 단체야유회에 갔다가 춤솜씨를 본 동료들의 ‘권유’로 디스코클럽의 DJ로 활동했다. 간간히 유명 가수의 비디오를 찍을 때 백댄서 역할도 했다. 작년 3월 우연히 DJ DOC, 유승준 등을 발굴한 프로듀서 신철씨의 눈에 띄었고 그의 지도를 받아왔다.

그녀는 월드컵이 끝난 뒤 아는 오빠로부터 “요즘 인터넷에서 너 때문에 난리”라는 얘기를 듣고야 유명해진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어쩌다 신문들에 사진이 한 장 실렸나 생각했다. 한 스포츠신문은 그녀를 포토제닉상의 주인공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사진설명에 진모양이라고 달았다. 그녀는 전화를 걸어 “그 사진의 주인공은 난데 내 이름은 심민아”라고 밝혔는데 신문사에서는 신미나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미스 월드컵이 미나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곡절이야 어떻든 ‘미나’는 앞으로 그녀의 예명이 될 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그녀가 ‘성인 인터넷방송의 IJ였다’는 등 진실이 아닌 글들도 많이 올라 속상했다. 성형수술에 대해서도 과장이 많았다. 눈과 코 부위를 수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슴 등의 부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녀는 “요즘 여자들이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무죄”이며 “가수를 지망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봐 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전 왁스와 자두가 소속된 제이엔터컴 오디션을 통과했고 가을쯤 첫 앨범을 낼 계획이다.

“저는 결코 쉽게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예요. 월드컵 덕분에 가수로 입문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월드컵은 정말 하늘이 제게 준 기회라고 생각해요. ‘붉은 악마’에게도 감사드려요.”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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