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 상인스님 “一然선사는 민족의 뿌리 밝힌 선각자”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5분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한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된 뿌리에는 일연(一然) 선사의 민족 사랑이 배어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연 선사와 삼국유사를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의 조계종 인각사(麟角寺) 주지 상인(常仁) 스님은 고려 말 고승인 일연 선사와 그가 편찬한 삼국유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7월부터 인각사에서 전국 청소년백일장, 세미나, 추모다례제 등을 마련한다.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를 깔보지 못하게 된 이유도 삼국유사가 우리나라 역사의 출발점을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일 것입니다.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단군에서 시작되는 우리 역사는 한민족의 정체성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인각사 주지로 부임한 상인 스님은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남기고 입적한 사찰이지만 건물에 비가 샐 정도로 초라하게 방치돼 있어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고 일연 선사를 알리는 작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일연스님 영정

일연 선사는 충렬왕 10년(1284년) 인각사에 머물면서 젊은 시절부터 구상하고 자료를 모은 삼국유사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를 신화와 설화를 담은 책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라고 봅니다. 고려 말 무신정권의 소용돌이와 원(元)나라의 지배로 나라가 위태로운 상태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신화와 전설로 포장을 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릅니다. 청소년들의 월드컵 열기가 우리 민족의 얼을 싹틔운 일연 선사와 삼국유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군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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