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증권]여성 애널리스트 3인 그들의 세계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34분


삼성증권의 정순호 한영아 김기안 애널리스트(왼쪽부터)는 '매일매일이 전쟁 같다'고 이야기한다.
삼성증권의 정순호 한영아 김기안 애널리스트(왼쪽부터)는 '매일매일이 전쟁 같다'고 이야기한다.
【‘주가를 쥐고 흔드는 억대 연봉자.’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미지는 젊은 여성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실력이 투명하게 드러나 성차별 요인이 적은 데다 급여까지 많은 것. 이 때문인지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여성들도 부쩍 늘었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현직에 있는 여성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할까. 삼성증권의 내로라 하는 김기안(32) 한영아(31) 정순호씨(32) 등 세 명의 여성 애널리스트에게 그들의 세상을 들어봤다.】

▽애널리스트를 말하다〓기업을 분석하고 현재의 주가가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주요 업무.

또 이에 못지않게 펀드매니저 등을 설득해 발굴 종목을 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최근엔 세일즈의 기능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

“투자자가 없다면 애널리스트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지만 요즘엔 마케팅이 지나치게 중시돼요.”(한)

▼“95년엔 기업소개서만 써”▼

“기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한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프레젠테이션(설명회)을 하고 (기자의) 전화를 받는 일 등 모두가 제 의견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이죠.”(정)

“처음 애널리스트를 시작한 95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 때만 해도 애널리스트는 기업에 대한 소개서를 쓰는 ‘한직’이었죠. 지금처럼 펀드매니저의 투자나 주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어요.”(김)

▽애널리스트가 되려면〓몸값과 사회적 지위가 오르면서 지망생도 늘고 있다.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지만 선망 직종이 되다 보니 학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실제로 한 증권사에서 보조 애널리스트를 뽑는데 해외 경영학석사만도 수 십 명이 지원했다.

최근엔 보조 애널리스트로 2년쯤 일한 뒤 정식 애널리스트로 자리잡거나, 경영학석사학위를 받고 애널리스트로 바로 일하거나, 아예 특정 분야에서 일하다가 애널리스트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성에겐 무엇보다도 ‘체력’이 중요하다.

매주 2, 3번 정도의 기업탐방과 설명회, 최소한 분기에 한 번 30장이 넘는 분석보고서를 쓰려면 가용 시간을 일에만 투자해야 하는 것.

“남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늦게 마감해요. 장이 열리기 전에 전날 야간상황에 대해 보고서를 써야 하고 낮에도 기업탐방이나 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늦어지기 마련이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1시간도 채 안될 겁니다.”(한)

“건강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어요. 남성 애널리스트에 비해 어려운 점도 체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들 운동도 열심히 하죠.”(정)

“김기안 애널리스트는 출산 전날까지도 담당 종목의 투자의견을 조정해야 한다며 새벽 2시까지 야근했지요. 앞으로 2개월 동안 투자의견을 조정할 수 없다면서요.”(한)

▼“할인적인 상품 눈여겨봐”▼

▽여성의 경험을 살려라〓여성 애널리스트들만큼 여성 소비재를 잘 평가할 수 없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

“화장품을 살 때도 어떤 제품들이 나와 있는지를 꼭 따져보죠. 방문판매만 하는 화장품인데 일반 상점에 나와 있다면 과잉 생산의 신호죠.”(한)

시장을 볼 때도 어느 브랜드가 잘 나가는지, 할인을 적게 하는지 등을 눈여겨본다는 것.

“시장에선 몇 백원이라도 아끼려고 요모조모 따져보면서 주식을 살 때는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수 백만원어치를 덜컥 사는 경우가 많아요. 실패하지 않으려면 남의 말만 듣고 모르는 주식을 사지 말고 반드시 아는 주식을 사야 해요.”(김)

“주식으로 손해를 보면 ‘수업료를 냈다고 치지 뭐’라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수업료를 냈다면 배우는 게 있어야 합니다.”(정)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애널리스트 프로필
구분경력담당전공수상 경력
김기안(연구위원)△95년 LG증권 리서치 △99년 삼성증권 리서치제지, 교육업영어영문주요 일간지에서 담당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
한영아(연구위원)△94년 삼성증권소비재 미디어 소매 비서학과,MBA-
정순호(수석연구원)△92년 동서증권△2000년 삼성증권조선 기계업통계학,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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