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강원석교수가 진단한 ‘신문의 미래’

  • 입력 2002년 3월 31일 21시 29분


【1990년대 이후 미디어 세계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급변하고 있다. 어떤 매체든 내용물의 디지털화를 통해 타(타) 매체에 적용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매체의 융합과 분산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가 탄생하면서 기존의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올드미디어가 받는 도전은 거세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21세기에는 가속화되며 다양한 변화가 전지구적 규모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의 미래를 우려하는 시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근대적 성격의 대중매체가 등장한 19세기 이후 대중 매체의 변천을 추이해 보면 신문의 형태와 기능은 계속될 것이라는 결론이 최근들어 우세해지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뒤에 나타난 매체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소멸되거나 사회적 기능을 잃지 않았다. 라디오가 텔레비전의 출현 이후에도 건재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 산업도 텔레비전의 도전 속에 오히려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신문도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케이블 뉴스 채널 등에 이르는 수많은 매체의 도전을 받고도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위의 사례는 뉴미디어이기 때문에 올드미디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대한 반증이 된다. 사실 뉴미디어란 문자 그대로 ‘새로운 매체’를 의미하며 특정 미디어가 새로울 것이라는 인식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기술적 우월론은 기존의 ‘올드미디어’가 ‘뉴미디어’의 도전에 대응하지 않고 힘없이 자리를 내주리라는 전제와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생성과 변천 과정을 들여다보면 올드미디어는 뉴미디어의 도전 속에 오히려 자신의 고유기능과 장점을 극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신문도 그동안 수많은 매체의 도전을 받아 왔다. 그러나 가벼운 종이로 작게 접어 쉽게 지닐 수 있는 ‘휴대성’과 중요 사실을 리얼타임에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보존성’이라는 특징으로 신문은 대중매체의 ‘제왕(帝王)’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인터넷이 신문을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1999년 미국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 지(紙)에 실린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인터넷 이용자의 66%가 일간 신문을 읽고 있으며, 미국 미디어 전문 연구기관인 PEW연구소의 여론조사도 인터넷이 신문을 읽는 습관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터넷상의 여러 정보를 종이 신문의 대체물이 아닌 보완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지난해 말 싱가포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난양 이공 대학 (南洋 理工 大學)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 이런 현상이 미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신문이 정보 수집에 중심이 된다는 사실은 지난해 11월 영국신문 협회와 퓨처(Future) 재단이 공통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이 연구 결과, 신문이 인터넷보다 정보 신뢰도가 높고 인터넷이나 다른 미디어는 물론 공영방송인 BBC의 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PEW연구소 조사에서도 63%의 미국인들이 일간 신문을 주된 정보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터넷의 출현으로 신문이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는 달리, 아메리카 온라인(AOL)사의 주식가치가 미국에 상장된 모든 신문의 주식 가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았던 1999년에도 대부분의 미국 신문들은 흑자를 기록했고 몇몇 신문은 오히려 매우 큰 수익을 올렸다고 아메리칸 저널리즘 리뷰가 전했다. 이러한 수치는 2000년 5월, 워싱턴포스트의 도널드 그레이엄 사장이 기존 신문의 가치는 여전하며 신문의 미래는 밝다고 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신문이 존재할 것인지와 언론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할지는 요즘 인터넷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이뉴스’ 형태의 맞춤뉴스와 일반 신문을 비교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정보를 개인화하는 필터링 기술이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더 능률적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과연 사회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미국 시카고대 법대의 카스 선스틴 교수는 저서 ‘리퍼블릭 닷 컴’에서 인터넷상의 맞춤뉴스 같은 개인화된 인터넷 정보는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스틴 교수는 민주주의가 원만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여러 사회현안에 대해 공유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맞춤뉴스는 대중에게 국한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편협한 시각이나 기존의 사고만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새로운 매체가 도전했을 때 기존의 매체가 전혀 변화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신문이 인터넷상에서도 기사를 제공하는 것 역시 그러한 변화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종이 신문의 인터넷상 기사를 다른 인터넷 정보보다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나 인터넷 신문을 읽는 방식이 종이 신문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인터넷상에서도 신문은 강력한 매체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인터넷과 같은 새롭고 강력한 매체의 도전을 받더라도 신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모델링을 할 뿐 신문과 신문의 고유기능은 계속 유지될 것이고 또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강원석 싱가포르 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약력

△1969년 서울 생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 위스콘신대 언론학 석박사 △1999년∼현재 싱가포르 국립 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논저 ‘디지털 유토피아 다시 생각하기-전파 영역과 방송정책’ ‘한국의 신문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 ‘FCC의 음란물 규제 정책과 잊혀진 논쟁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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