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운보그림전' 중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 화제

  • 입력 2002년 3월 21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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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질을 하는 마리아, 마구간이 아닌 외양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의 산상 설교.

말 대신 붓으로 세상과 뜨겁게 만났던 운보 김기창(1914∼2001) 화백.

[화보]운보의 '갓을 쓴 예수'

그의 1주기를 맞아 서울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보천재 운보그림전’중 2부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은 예수의 일대기를 파노라마처럼 담은 역작이다. 관람객들은 운보 예술을 지탱하는 기둥의 하나였던 신앙 세계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놀라움으로, 이를 모른다면 궁금증으로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 연작은 ‘수태고지’에서 ‘부활’에 이르는 예수의 생애를 화폭에 담아냈다. ‘사마리아의 여인’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최후의 만찬’ 등 성경의 주요 내용이 우리 산과 들을 배경으로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이 연작은 최초 29점이었지만 종교적으로 의미가 큰 부활이 빠졌다는 독일인 신부의 조언에 따라 30점으로 완성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2000년 열린 생전 운보의 마지막 전시회에서 이 연작을 감상한 뒤 깊은감동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연작은 52∼53년 한국전쟁중 피란지인 군산에서 작업된 것으로 자신의 신앙 세계를 예술로, 무엇보다 한국화시켜 표현하고자 했던 운보의 간절한 노력이 담겨 있다. 운보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지만 막내 딸 김영씨가 수녀가 되자 85년 천주교로 개종했다.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장은 “이 연작은 자신의 신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운보의 노력과 성과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특히 ‘물위를 걷다’에 등장하는 파도는 서양식이 아니라 심청이 빠진 인당수가 연상될 정도로 한국적”이라고 말했다.

운보의 애제자 심경자 교수(세종대 회화과)는 “선생님은 생전 예수의 생애를 한국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혜원 신윤복을 비롯, 조선시대 풍속화가의 작품을 연구했다”며 “작업을 하던 중 선생님이 예수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다 꿈에서 깨어났다는 일화도 있다”고 소개했다.

4월7일까지. 동아일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보문화재단 공동 주최. 25세이상 5000원, 19∼24세 4000원, 초중고생 3000원. 02-2020-1620, 02-779-5310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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