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결혼

  • 입력 2002년 3월 21일 15시 07분


앙〓남자와 여자는 절대적으로 결혼을 해야 합니다. 결혼 없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만 사랑하는 것보다는,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사랑이 결혼을 통해 육체적인 관계로 거듭나는 게 세계적인 바람이라고 생각하죠.

(앙드레 김 패션쇼는 늘 신랑 신부가 함께 행진하는 결혼식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이〓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1960년대에 성 혁명을 부르짖었죠. 로큰롤을 듣고 마리화나를 피웠으며 브래지어를 불태워 버렸죠. 그러나 그들 중 93%가 결국 결혼했습니다. 부부라는 ‘관계’는 그만큼 필요한 거죠.

앙〓어릴 땐 저도 ‘어른이 되면 로맨틱한 결혼을 해야지’ 하는 꿈을 가졌죠. 그러나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저는 늘 여성을 대하는 디자이너니까 유혹도 적지 않았지만, 거기에 빠졌다면 지금의 앙드레 김은 없었죠. 아주 오래 전 일인데요, 결혼한 30, 40대 여성들이 저에게 꼭 유혹적이라기보다는 호감있게 대화를 걸어오며 친밀함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었죠. 그 때 저는 “바깥 선생님은 잘 계시죠?” “아드님 따님이 훌륭히 성장해 얼마나 행복하세요?” 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화제로 삼았죠.

이〓사랑의 감정은 호르몬 작용일 뿐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하죠. 성교시 분비되는 바소프레신 같은 뇌 화학물질이 상대에 대한 애착심을 갖도록 조종한다는 거죠.

앙〓서양에서는 부부간의 애칭이 사랑을 더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으로 만들죠. 우선 ‘허니(honey)’, 꿀이라는 뜻이죠? ‘달링(dar-ling)’이란 표현도 있구요. “오, 마이 스위트하트(sweetheart)”라고도 하죠. 직역하면 ‘달콤한 마음’이지만 ‘애인’이란 뜻으로 쓰이죠?

이〓선생님께서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시는 부부간 호칭이 있다면….

앙〓‘유 아 마이 드림(You are my dream)’, ‘당신은 나의 꿈’이에요.

이〓유 아 마이 드림, 당신은 나의 꿈….

앙〓부부간에는 마음의 세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될 때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죠. 물론 집에서는 캐주얼하게 눕거나 낮잠을 잘 수도 있죠. 그러나 지구상의 어떤 남성 여성이건 자고 일어나면 입냄새가 날 수 있거든요? 하루를 시작하는 대화를 나누기 전 양치질부터 하는 깔끔한 분위기가 소중하죠. 술이 각종 안주와 뒤섞여 다음 날 아침 만들어 내는 발효된 냄새에도 아내가 사랑을 느낄까요?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족은 서로 닮아 있다. 반면 모든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새로 불행하다”고 했다.)

앙〓결혼은 상대 가족에 대한 진지한 책임감이 준비돼 있을 때 결심해야죠. 남성으로선 ‘아, 이 여성과 결혼하면 가정에 항상 아름다움이 넘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요. 자기 수입에 비해 상대의 씀씀이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워도 곤란하죠. 저는 주한 외교관 가족에게서 특별한 모습을 목격했어요. 시부모들의 월렛(wallet·지갑)이 무척 두꺼웠는데,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족사진을 가득 넣고 다니기 때문이었죠. 며느리 사진을 갖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She is my daughter-in-law. She is so lovely” 하면서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를 굉장히 여러 번 보았어요.

이〓저도 아내와 딸의 사진을 갖고 다닙니다만….

(기자는 지갑을 펼쳐 보였다. 가로 2㎝, 세로 1.5㎝의 스티커 사진 2장이 지갑 안쪽에 붙어있다.)

앙〓아아, 안 돼요. 4배는 더 커야 돼요. 명함판만한 걸로 지니고 다니세요. 아, 그런데 신용카드가 별로 없으시네요? 참 검소하시게도….

이〓‘결혼’의 정의를 한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

앙〓그것이 없다면 지구는 굉장히 무질서하고 어둡고 비탄에 빠질, 그런 것이죠.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