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3월 19일 17시 2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박서보, 4차례 '릴레이 전시'
“나는 후배들을 위해 길을 비켜설 의향이 없습니다. 자신있거든 추월해 가라지요. 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예술가로 남고 싶습니다.”
고희를 넘긴 나이가 무색할만큼 박서보는 당당하다. 삭발한 머리에 강렬한 눈빛, 그의 외모 역시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그가 올 한해, 네차례에 걸친 국내 전시에 돌입한다.
|
20일부터 4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를 필두로 4월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 5월말부터 7월말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9월말부터 10월말까지 대구 시공갤러리에서 계속된다. 갤러리현대엔 1967년 첫 ‘묘법’부터 2001년까지의 근작이 전시된다. 박여숙화랑에선 ‘묘법’ 최신작을 보여준다.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5년만이다. 올해 이렇게 많은 전시를 잇달아 여는 것은 ‘일흔이 넘었으니, 지금 기(氣)를 모두 써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1967년부터 시작한 묘법시리즈를 정리하는 셈이다.
“묘법은 그리는 법, 그 자체입니다. 서양중심의 미술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정신을 표현하고자 한 겁니다. 그래서 묘법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그림입니다.”
비워낸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부로, 홍익대 사단의 보스로 늘 한국미술의 선두에 있었던 것 역시 자신감과 실험정신 덕분이었다.
“나는 평생 좌절한 적이 없습니다. 좌절하려는 순간 새로운 모험, 변화를 감행합니다. 지금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나이 여든을 위해서 말이죠. 대신 체념할 것은 아주 빨리 체념합니다.”
그의 말이 마치 ‘묘법’ 연작을 설명하는 듯 했다. 갤러리현대 02-734-6111, 박여숙화랑 02-544-7393
|
◈이불, 미공개작 '히드라'등 전시
“여전사라구요? 작품은 그에 못미치는데 여전사라는 별명이 과분할 따름입니다.”
검은 가죽 재킷에,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무언가 매섭게 노려보는 이불. 그의 시선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낚아챌 태세다. 스스로는 과분하다고 했지만 이불은 별명 그대로 여전사의 모습 같다.
젊은 세대중 작가 중 단연 국제적이고 실험적인 이불. 그러나 그동안 외국에서의 작품활동이 많았고 그로 인해 국내에선 ‘사이보그’ 연작 외에는 그의 작품을 보기 어려웠다. 이제 그 아쉬움을 해소할 개인전이 열린다. 22일부터 5월5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27일부터 5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로댕갤러리에선 이불의 미공개작 ‘히드라’ ‘노래방 3부작’을 비롯해 ‘사이보그’ ‘몬스터’ 등을, pkm갤러리에서는 ‘사이보그’ 등과 같은 작품들이 어떻게 구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드로잉 작품을 전시한다.
|
80년대 후반 작가로 데뷔한 이래 시종 충격적이고 실험적인 퍼모먼스 설치 조각작품 등을 내놓은 이불. 1997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에서 썩어가는 생선의 악취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가 미술관측에 의해 작품이 철수당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사이보그’와 ‘몬스터’라는 독특한 조각작품을 통해 인간 신체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다.
초기의 페미니즘적인 퍼포먼스든 최근의 그로테스크한 조각이든, 그의 미술을 관통하는 것은 기성의 권위에 대한 도전과 대중문화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이불의 그로테스크함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 이불의 눈은 안경 너머 세상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미술은 세상을 보는 눈이고, 나 자신을 완성해가는 길”이라는 그의 말처럼. 로댕갤러리 02-2259-7781, pkm갤러리 02-734-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