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얼굴도 생일도 제각각…고증안된 '구국의 꽃'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32분


사진 왼쪽부터 이화학당 재학시절 모습, 서대문형무소 수감시절, 유관순 사우 봉안영정
사진 왼쪽부터 이화학당 재학시절 모습, 서대문형무소 수감시절, 유관순 사우 봉안영정
올해로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지 82년, 출생한지 100년이 지났지만 유 열사의 탄생일과 순국일, 한자 이름, 법원 형량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고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1일 충남 천안대 유관순연구소에 따르면 유 열사에 대한 전기 50여종을 분석한 결과 순국일은 1920년 10월 12일(전영택의 ‘순국소녀 유관순전’), 같은 해 9월 28일(호적)로 엇갈린다.

또 출생일은 1902년 3월 15일(유제한의 ‘순국처녀 유관순전’), 1902년 12월 16일(호적), 1903년 4월 12일(박화성의 ‘타오르는 별’), 1904년 3월 15일(‘순국소녀 유관순전’) 등 8가지 이상이나 되고 연도가 최고 2년까지 차이를 나기도 한다.

학계는 유 열사의 출생일이 아직 정확히 고증되지 않았으나 출생년도는 1902년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는 1904년 3월 15일로 기록돼 있다.

유 열사의 성명 가운데 ‘관’의 한자는 수형기록이나 족보 등에는 ‘寬’으로, 호적에는 ‘冠’으로 적혀 있다.

이화학당 편입 시기는 1917년(‘이화 80년사’)과 1916년(‘이화 90년사’)으로 엇갈린다.

또 경성복심법원에서 유 열사가 받은 형량은 판결문에는 3년으로 기록돼 있으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7년으로 나와 있다.

유 열사의 외모 역시 마찬가지. 현재 유 열사의 사진은 2장이 전해지는데 이화학당 시절의 사진은 세밀하지 못하며 서대전형무소 시절의 사진은 고문과 구타 등으로 턱 코 눈 등이 부어올랐을 뿐만아니라 수심이 가득해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

영정은 4점 가운데 천안시 병천면의 유관순 사우에 봉안된 표준영정은 서대전형무소 사진을 토대로 한 데다 가로를 넓게 그려 실제(19살) 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인다.

유관순연구소측이 유 열사의 이화학당 친구인 남동순 할머니(99)와 보각스님(99)에게 영정을 보인 결과 “실제와 닮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는 것.

이처럼 고증이 미비한 것은 유 열사가 너무 어린 나이에 순국해 증언자나 관련 자료가 적을 것이라는 예단으로 그동안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관순연구소 책임연구원 김기창(金基昌)교수는 “천안시의 후원을 받아 조만간 철저한 고증을 거친 유 열사 전기를 새로 발간하고 영정도 다시 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관순연구소는 1919년 작성된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표를 분석한 결과 유 열사의 키는 5척 6촌 0분으로 지금의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169.7㎝라고 밝혔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유관순 관련 논란사항

ABCD
이름 가운데 ‘관’자의 한자표기寬(수형기록/ 족보/판결문)冠(호적)
출생일1902년 3월 15일(유제한) 1902년 12월 16일(호적)1903년 4월 12일(박화성)1904년 3월 15일(전영택의 ‘순국소녀 유관순전’)/초등교과서)
순국일1920년 10월 12일(전영택의 ‘순국소녀 유관순전’)1920년 9월 28일(호적)
이화여고 편입시기1916년(이화 90년사)1917년(이화 80년사)
이화학당 편입전 공주 영명학교 수학 여부수학했다(종교기관 학제에 의한 추론)수학 안했다(조카 유제한/ 보각스님)
경성복심법원 선고형량3년(판결문) 7년(초등교과서/전기 대다수)
시체토막설그렇다(남동순 할머니/초기의 유관순 영화/전기 대다수)아니다(보각스님/ 선교사)

▼아우내 만세 축제 기념관 기공식등 다양한 행사 마련▼

올해는 ‘3·1 운동’을 주도했던 ‘한국의 잔 다르크’ 유관순(柳寬順·1902∼1920) 열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만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영혼은 ‘겨레의 누나’로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시와 천안대 유관순연구소는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이근영 천안시장)을 구성해 그동안 미흡했던 유 열사의 자료를 수집해 고증작업을 벌이고 ‘아우내 만세 축제’ 등을 선보인다. 유관순상 시상식(31일)을 비롯, 전국 만세 크게 부르기 대회(31일), 아우내 봉화제(31일), 유관순 열사 기념관 기공식(4월1일), 특별 기획전(4월1∼30일)등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됐다.

천안대 유관순연구소는 “수형 기록표에 나와있는 유 열사 사진을 토대로 그려진 영정을 학창시절의 갸름한 얼굴로 수정하고, 그의 일대기를 어린이용 책자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오페라 ‘유관순’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추모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044-550-0820∼4

한편 ‘3·1 여성동지회’(회장 남동순)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유관순 열사 탄신 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한다. ‘유관순 열사의 가계 성장 교육’(동탄교회 홍석창 담임목사), ‘유관순 열사의 아오내 만세운동’(성신여대 박용옥 교수),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이화여대 이배용 평생교육원 원장) 등이 발표된다. 02-542-5981

이밖에 2월28일 공식 출범한 세계비폭력운동본부도 3·1운동 기념 학술대회와 서울 장충공원 내에 7000평 규모의 3·1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02-739-6575.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이화학당 재학시절 과제물 그림1점 발굴▼

3·1절 83주년을 맞아 유관순(柳寬順) 열사(1902∼1920)가 이화학당(현 이화여고) 재학 당시인 1918년(추정) 과제물로 제출했던 그림으로 추정되는 ‘석란도(石蘭圖·세로 31.5㎝ 가로 36.9cm·사진)’ 1점이 최근 전남 순천대 박물관(관장 류연석)에서 공개됐다.

난초와 기러기가 그려져 있고 ‘리화학당 류관순’이라고 적혀있는 ‘석란도’는 광주 MBC 사장을 지낸 최승효(崔昇孝·1999년 작고)씨 유족들이 순천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 최씨는 미술품 경매를 통해 이 그림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대 박물관은 유 열사의 그림을 상설 전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박물관측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발견된 유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KBS ‘진품명품’ 등에서 감정을 맡고 있는 동양대 교양학부 김선원 교수는 “종이의 질이 오래된데다 이름을 친필로 적은 것 등으로 미뤄 유관순 열사의 작품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