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있는 학자 확보하자" 새학기 대학가 교수 대이동

  • 입력 2002년 2월 26일 18시 00분


서울대 법대에는 서울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사회적 활동도 활발한 조국(曺國) 교수가 동국대에서 자리를 옮겨간다. 미술대에도 중앙대에서 신현중(申鉉重) 교수가 이동한다. 신 교수는 서울대 조소과 출신으로 뉴욕 플래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내에 들어와 활약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고려대에도 각 학문 분야에서 기대를 모아 온 교수들이 여러 명 영입됐다. 인도철학 전공으로 미국에서 한국학 발전에 기여해온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조성택(趙性澤) 교수가 철학과로, 미시경제학 전공인 서강대 윤기호(尹基浩) 교수가 경제학과로 옮겼고, 경영학과에는 생산계량학 전공인 한양대 임호순(任浩淳), 생명과학부에는 식물분자계통학 전공인 영남대 김기중(金基重) 교수 등이 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연세대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관측위성 제작에 참여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의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던 김석환(金碩煥) 교수를 초빙했다. 김 교수는 우주개발 계획의 핵심인 위성탑재체의 제작에서 국내 최고의 학자로 인정받고 있어 우주개발 분야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정치외교학과에는 신예 정치학자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성호(金聖昊) 윌리엄스대 교수가 들어왔다. 막스 베버의 정치학을 연구한 김 교수의 박사학위논문(시카고대·1997)은 미국 정치학회가 최근 2년간 박사학위논문 중 최고의 논문을 선정해 수여하는 레오 스트라우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연구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온 고려대 출신의 박명림(朴明林)씨도 국제대학원 교수로 영입됐다.

이화여대는 회계학 분야에 일류 교수진을 보강해 이론과 실무 양면을 강화한다. 한국은행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거쳐 미국 UCLA, 일리노이대, 아주대 교수를 역임한 서윤석(徐允錫) 교수가 이론 측면을 보강하고, 한국회계연구원 원장 출신인 김일섭(金一燮) 교수가 실무 분야를 맡게 된다. 김 교수는 30여 년간 회계 현장에서 실무를 다져왔다. 이화여대는 이와 함께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회계사를 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접촉 중이다.

성균관대에는 동아시아학술원의 ‘동아시아학’ 대학원 과정에 제임스 팔레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일본 도쿄대 교수를 영입한다. 특히 팔레 교수는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두 교수는 일본의 한국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년을 맞아 대학을 떠나며 이제 대학 밖에서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학자들도 있다. 서울대에서는 이번 학기에만 23명의 교수가 정년을 맞는다. 이 중에는 현재 정보사회학회 회장과 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등으로 학계 안팎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학과 김경동(金璟東) 교수, 현재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 및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는 서양화과 윤명로(尹明老) 교수, 그리고 국문학과 고영근(高永根) 교수와 언어학과 이현복(李炫馥) 교수 등 쟁쟁한 학자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대에서는 세계학계에서 한국철학의 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철학과 윤사순(尹絲淳) 교수가 퇴임한다. 윤 교수는 한국유학 연구로 퇴계국제학술상, 주자학술상 등을 수상했고 최근까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민족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연세대에서는 영문학자 겸 문학비평가로서 뿐만 아니라 국어사전 편찬에도 큰 기여를 했던 영문과 이상섭(李商燮) 교수가 교정을 떠난다. 1967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에모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이 교수는 1986년부터 국어사전 편찬작업에 뛰어들어 ‘연세 한국어사전’ ‘연세 초등국어사전’ 등 국어사전 편찬에 기념비가 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의과대학에서도 국내 예방의학 분야의 선구자로 의학교육 개혁에 앞장서 온 김일순(金馹舜) 교수가 정년을 맞는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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