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음악-그림이 빚은 사랑의 하모니

  • 입력 2002년 2월 13일 17시 21분


최라영씨가 '영혼의 소리로'의 노래를 화폭에 담고 있다.
최라영씨가 '영혼의 소리로'의 노래를 화폭에 담고 있다.
‘음악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사랑의 현장.’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와 일산에 거주하는 화가들의 모임 ‘아트그룹 자유로’가 음악과 그림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

9일 오후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복지타운 교회 강당. 지난해 8월 일산에 사는 화가 32명으로 결성된 자유로의 박인현 회장(46·전북대 미대 교수)과 이 모임의 명예회장 김명수씨(49) 등 10명이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의 합창을 들은 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혼의 소리로’. 정신지체 과잉행동증 다운증후군 등 중증 장애를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장애인 28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에 대해 1999년 창단 당시 복지타운측은 ‘귀로 들을 때는 쉽게 알기 어렵지만 마음으로 들을 때는 한없이 고운 선율’이라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70여회의 국내 공연과 지난해 미국 공연 등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들의 합창은 이젠 누구나 가사를 알아듣고 아름다운 화음 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의 이날 합창은 자유로 화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자선전시회를 개최해 얻은 수익금 200만원을 이 복지타운에 전달한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복음성가와 가곡 10곡이 끝나자 ‘앙코르’가 터져 나와 다시 가곡 두곡이 울려퍼졌고 단원들이 자유로 화가들과 섞여 가곡 ‘보리밭’을 부른 뒤에야 이날 행사는 끝났다.

뇌성마비와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단원 이윤선양(16)은 “설을 맞아 우리를 생각해 찾아준 것이 너무 고마워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며 “우리도 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합창이 이어지는 동안 자유로의 작가 최라영씨(35·여)는 붓을 계속 놀렸다.

10여년 전부터 ‘소리’를 이미지화해 화폭에 표현해온 그는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의 합창을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최씨는 마무리 작업까지 끝낸 뒤 영혼의 소리로 전용 연습실이 생기는 올 봄에 이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최씨는 “장애인들의 합창이 이처럼 감동적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영혼의 소리로의 합창은 내가 지금까지 화폭에 담아온 소리 중 가장 순수하고 사랑이 넘쳐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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