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연간지 '흔적' 2호, 지구촌 인종주의-외국인 혐오증 조명

  • 입력 2002년 1월 15일 17시 58분


학술 및 지식 정보의 서구 중심적 유통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전세계 각 지역에서 자기 지역의 언어로 동시 발간되는 방식을 시도해 화제가 됐던 연간지 ‘흔적’이 최근 제2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인종 공포와 이주의 기억’.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전역에서 일어난 이주의 증가, 심각한 경제 문제 및 지정학적 격변에 따른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의 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언어 저널’을 표방하며 창간된 이 잡지는 현재 한국어, 일본어, 영어 판본이 발간되고 있고 중국어 및 스페인어, 아랍어, 불어, 독일어 판본도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문화과학사’에서 발간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는 한국 미국 호주 아일랜드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각 지역의 학자들이 ‘시장유토피아주의’의 전망을 재검토하고 동시에 이 유토피아주의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인종주의적 경향들을 점검했다.

이는 표면적으로 세계화, 인터넷 정보혁명 등의 슬로건이 난무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는 경제적 궁핍이나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사회적 문제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 가산 하지 교수(인류학)는 기고문 ‘기억의 오염’에서 호주 토착민과 영국계 이주민들의 갈등 문제를 다뤘고, 미국 노트르담대에서 영문학과 영화 연극을 가르치는 루크 기본스는 ‘국민의 손님-아일랜드, 이주, 그리고 탈식민지 연대’에서 전세계 곳곳으로 흘러들어간 아일랜드인의 갈등과 유럽연합의 통합 속에서 아일랜드의 정체성 등을 다뤘다. 한편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이엔 앙 교수(문화이론)는 ‘모호성의 함정’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 주민들의 동화 문제를 검토했다. 이밖에 10여 편의 글과 미국 코넬대 브레트 드 베리 교수(비교문학)의 장문의 편집일지를 실어 ‘다언어 저널’의 어려운 편집과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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