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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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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O 쿠르바노프 교수〓1990년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에서는 한국학 붐이 크게 일었으며 1990년대 말에는 전공 학생 수도 2∼3배가 늘었지요. 러시아뿐 아니라 구소련 지역인 중앙아시아에도 한국학과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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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바라 다카토시 교수〓과거 일본 내에서 한국학은 일본학의 연장선상으로 바라봤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외국학문의 하나로 인식합니다. 2002년은 일본의 한국학이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내년에 도쿄대에 한국학 전문대학원을 신설할 계획이고 큐슈대에도 한국학센터가 발족합니다. 또한 양국 정부가 정한 ‘한일교류의 해’인 만큼 학계에도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자현 교수〓미국은 문화적 전통이 약하기 때문에 유럽을 동경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반대쪽에 있는 동양도 동경하고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발달하면서 유럽 못지 않게 동양을 바라보게 됐지요. 대부분의 대학에서 동양 관련 과목을 한 두 개는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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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삿세 교수〓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한국학 연구는 한국내에서의 연구와 다릅니다. 외국인이 한국학을 연구하는 것은 결국 다른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지요.
▽마쓰바라〓일본에서는 식민지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한국학을 해야 하므로 일본에서의 한국학은 좀더 특별합니다.
▽김〓한국문화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가 이중언어의 사용입니다. 한국인들은 한국어와 함께 한문을 사용하면서 상당히 높은 문화적 산물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한국은 다른 언어를 자국어화하고 일상언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선례를 가지고 있지요.
▽삿세〓한국학을 널리 알리려면 한국학만 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중국학회, 언어학회, 역사학회 등에 나가서 한국학과 다른 영역을 연관시켜 발표해야 합니다. 예컨대 한국의 문법학에 대해서는 다른 언어를 하는 사람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연구 과제는 많은데 저 혼자 할 수가 없어서 다 못 하고 있지요. 한국학을 하면서 안타까운는 점은 관련 자료나 사전 등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논문을 쓰거나 연구를 학 때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2,3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미국내 한국학의 교수진은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10분의 1 내지는 7분의 1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결정권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학 일본학과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쿠르바노프〓해외 한국학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이 시급합니다. 개별 학자가 운영하는 한국학 관련 사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아무래도 영역이 한정돼 있고 언어도 영어로 돼 있습니다. 몇몇 주요 언어로 동시에 운영되고 풍부한 자료도 갖춘 홈페이지 구축이 필요합니다.
▽삿세〓여름학교를 여는 것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금은 학자나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일정 기간 머물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전문과정은 없습니다. 꼭 한국이 아니라도 됩니다. 여러 학자들이 힘을 모아 각 나라를 돌면서 차례로 개설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쿠르바노프〓1970∼80년대에는 러시아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북한에 무관심했지만 1990년대 말부터 북한과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학에 ‘한국의 통일문제’라는 과목이 개설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란 테마를 놓고 연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통일에 대해 학자들의 관심이 많지요.
▽삿세〓이번 학술회의 기간동안 각국의 한국 학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정리〓김형찬기자>khc@donga.com
◆ 프로필
- 세르게이 O 쿠르바노프
러시아생페트르스부르크대 동양-아프리카대학 극동아역사과 교수, 고려사 전공
- 마쓰바라 다카토시
일본 큐슈대 언어문화 연구원 한국어문학 교수, 한일관계사 및 한국민속학 전공
- 김자현
미국 콜롬비아대 한국역사 및 문화담당 교수, 조선시대 역사 및 문화 전공.
- 베르너 삿세
독일 함부르크대 한국학과 교수, 고중세 한국어전공, 현 유럽한국학회(AKSE)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