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美대학생 쇼 야노 군 "천재라고 부르는것 싫어요"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15분


한국계 어머니와 일본계 아버지를 둔 미국 소년 쇼 야노(10)가 최근 한국 일본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야노군은 지난해 시카고 로욜라대 생물학과에 입학해 최연소 미국 대학생이 됐다. 최근 일본에서 자신의 일기 ‘나는 아홉 살짜리 대학생’을 펴냈으며 어머니 진경혜씨가 육아 체험기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를 한국에서 펴냈다.

야노군이 미국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대학 입학 후부터. 그는 미국 대학수능시험인 SAT를 치러 1600점 만점에 1500점을 받았다. 참고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06점, 앨 고어 전 부통령은 1335점을 받았었다. 현재까지 야노군의 학점은 4.00점 만점에 3.97점. 53학점 가운데 1과목만 B일뿐 전부 A학점이다.

야노군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주목을 받은 것은 네 살 때다. 어머니가 연주를 포기한 쇼팽의 멜로디를 외워서 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인근 음악원에 데려가자 야노군은 모차르트의 미뉴에트 곡조를 변주해 가며 치기 시작했다.

어머니 진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쇼가 뛰어나긴 하지만 천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내게는 아들이 서글서글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미덥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라 고교 졸업 후 미국 오하이오대로 유학한 진씨는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들이 생후 6개월 때부터 하루 10권 정도씩 책을 읽어 주었다. 글자가 큼직하고, 그림을 누르면 ‘뿅뿅’ 소리가 나는 ‘토이 북’부터 시작했다. 심리학자들은 야노군의 지능지수가 200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야노군은 텔레비전이나 만화영화에는 거의 관심이 없으며 시카고트리뷴이나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신문을 탐독한다. 야노군은 “한번은 엄마가 아이들은 이런 걸 꼭 봐야 한다면서 만화영화 ‘포켓 몬스터’를 보게 했는데 싸우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 머리가 어지러웠다”며 “하지만 신문의 경우 정보가 많아 마음에 들며 칼럼니스트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화보다 활자매체에 호감을 가지면서 그의 유머 감각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CBS의 대담 프로그램에 나가 “네가 받은 가장 혹독한 벌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엄마가 하루 종일 책을 못 읽게 하는 거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책을 못 읽게 하면 나는 시리얼이나 우유통에 붙어 있는 영양분석표라도 읽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학교에 가서는 가운을 입고 배양 실험을 하거나 ‘분석 생물학’ ‘현대 유전자 분석학’ 같은 책들에 파묻혀 산다. 하지만 가장 즐거운 때는 “다섯 살 난 여동생과 놀 때”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매미 허물’ 모으기가 즐거운 ‘소년 대학생’이다. 하굣길에는 노란 은행 열매나 빨간 꽃잎들, 흰 돌을 주워다 어머니 앞에 무슨 보물처럼 꺼내 보이며 자랑한다. 비가 오면 채소밭에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보러 다닌다.

그는 “자연과 만나는 게 정말 좋다”며 “의과 대학원으로 진학할 생각이고 유전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재라고 불리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며 “다만 주어진 재능을 한 시간이라도 허비하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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