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표정]고르비 “원고보다 메모중심 강연”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17분


19일 오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강연이 열린 고려대 인촌기념관에는 각계 인사와 학생 2000여명이 몰려들었다.

○…함성과 박수 속에 연단에 오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들은 이미 내 원고를 받아봤겠지만 그것은 집에서 읽어보시고 오늘 강연은 내가 메모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하겠다 고 말해 장내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는 냉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빈곤과 환경문제 등 세계화의 모순 을 가져왔다고 지적하면서 협력의 신질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북한 통일문제에 대해선 주변국가의 국제적 이해관계가 중요하다며 남북한과 주변4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 을 제안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강연 후 이제 공산주의는 사라졌느냐 는 한 청중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 고 운을 뗐다.

그는 20세기 인류는 2가지 실험을 했는데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했고 미국이 주도한 자본주의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며 오늘날 중요한 것은 두 실패한 실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유 공정성 협력과 같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인촌기념관에 도착해 현승종(玄勝鍾) 인촌기념회 이사장, 김정배(金貞培) 고려대 총장,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사 사장 등의 영접을 받고 티타임을 하며 환담했다.

김학준 사장이 고려대 로고가 호랑이인데 한국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비슷하다 고 설명하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멸종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호랑이가 없어져도 이곳에 호랑이가 있으니 걱정없다 고 받아넘겨 좌중에 웃음이 일었다.

<이철희 민동용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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