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한국-중국-일본-태국 신예작가 '판타지아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17분


서울 동아일보 여의도사옥2층 윤전기실(스페이스 이마)
서울 동아일보 여의도사옥
2층 윤전기실(스페이스 이마)
《1972년부터 92년까지 신문을 인쇄했던 서울 여의도 동아일보 여의도사옥(현재 동아문화센터) 1층 윤전기실. 현재 윤전기는 철거되고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4일 오후 그곳에 들어서니 젊은 미술가들이 몸놀림이 분주했다. 누군가는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비디오 모니터를 묻기 위해 시멘트 바닥을 파내고 있었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의 20,30대 미술가들이 참가하는 '판타지아전' 개막 준비 모습이었다.》

'판타지아전’은 일민미술관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7일부터 12월9일까지 이곳에서 열린다. 이곳은 이번 ‘판타지아전’을 계기로 전시공간 ‘스페이스 이마(imA·ilmin museum of Art)’로 탈바꿈하며 앞으로도 미술전이 계속 열릴 예정이다.

‘판타지아전’은 아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그 미래를 탐색하기 위한 전시다. 한 일 중 3국의 젊은 큐레이터들이 함께 기획하고 한 일 중 태국 등 4개국 작가 13명이 참여한다. 참여 화가는 한국의 김범, 김홍석, 김소라, 이미경, 이주요, 함진, 일본의 사키 사톰, 시노다 타로 , 오자와 츠요시 , 중국의 지앙 지, 칸 슈안, 양 젠종, 태국의 마리아 담롱폴 등.

‘판타지아전’의 주제는 일상적 삶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 특별할 것 없는 사물과 현상들을 미술의 재료로 끌어들여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미술과 일상의 벽을 허물게 되는 것.

신문 윤전기실이라는 전시공간이 미술과 일상의 만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판타지아(환상의 세계)’라는 전시 명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채택함으로써 기존의 통념을 무너뜨린다.

주로 설치미술과 비디오아트로 이뤄진 출품작들은 신선한 충격이다.

한국 작가 이주요의 ‘비명’은 거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벽그림과 설치미술로 제시한다.

뜨거운 냄비를 집다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소녀 이야기부터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한 소리 지르는 장치와 장소, 비명 후의 목 치료까지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다.

비명을 삶의 불가피한 요소로 보고 그 비명의 의미를 탐색한 작가 의식이 돋보인다.

함진은 작은 멸치나 새우 꼴뚜기에 사람 얼굴을 조각해 낚시줄에 걸어놓는가 하면, 관객들에게 장난을 건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얼굴을 종이로 작게 만들어 어두운 곳에 감추어 두고 관객이 다가가면 그 종이가 도깨비풀처럼 날아가 관객의 몸에 들러붙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뒤늦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혹은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몸에 ‘빈 라덴’이 붙어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일본·오자와 츠요시의 설치미술
"무기 냄비 파티"

일본 오자와 츠요시의 작품도 독특하다. 각종 채소로 총과 같은 무기 모양의 음식 재료를 만들고 모델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곤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모델과 함께 먹는다. 이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채소밭같은 비닐하우스 속에 설치한다. 먹고 사는 것과 싸움 혹은 전쟁에 대한 고뇌의 흔적이다.

태국의 마리야 담롱폴은 자신이 직접 미리 만든 도자기를 전시기간 내내 깨트리는 행위를 보여준다. 깨짐 속에 창작의 흔적과 고뇌가 남게 된다는 역설이다.

한국·김홍석의 설치미술 "배"

김홍석은 통조림 캔, 맥주 캔, 어류 도감, 노트북, 인터넷 그물망 등이 매달린 우스꽝스런 배(선박)를 선보여 무인도에 도착한 사람에게 과연 이러한 물질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고민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소라는 전시 준비기간 동안 작업 지원비로 받은 1000달러로 매일 쇼핑을 한 뒤 구입한 물건을 2층 천장에 매달아 늘어뜨려 놓는다.

개막일인 7일 오후 2시에는 이번 전시회의 부대행사로 ‘아시아미술의 상상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장소는 서울 종로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3층 일본국제교류기금. 02-781-0161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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