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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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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미륵사지탑의 붕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31일부터 전면 해체 보수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미륵사지탑 해체 보수는 한국 문화재 보수 사상 최대의 역사(役事)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총 8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7년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문화재연구소는 31일 오후 3시 익산 미륵사지 서탑 현장에서 공사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를 치르고 이어 탑 6층 꼭대기의 지붕돌인 옥개석(屋蓋石) 해체를 시연한다. 옥개석을 완전히 들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들었다 놓는다.
문화재위원회는 1998년 미륵사지탑을 해체 보수하기로 결정한 뒤 그동안 주변지역 발굴 및 준비작업을 해왔다.
미륵사지탑은 현재 정면(남면)은 거의 붕괴됐고 동북면 한 귀퉁이는 6층까지만 남아있다. 붕괴된 면은 1915년 일본인들이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그러나 석재의 강도가 약해진데다 시멘트에 금이 가고 군데군데 부서지면서 탑 전체가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해체 과정에서 자칫 탑이 무너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탑 해체작업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체하는 데만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탑 주변엔 거푸집을 세우고 가설 덧집을 지어 탑을 완전히 감쌌다. 문화재연구소가 해체 과정에서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시멘트 제거 작업. 책임자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김봉건 미술공예실장(한국건축사)은 “에어 브러시나 치과용 드릴로 시멘트를 떼내는 방법도 거론됐지만 역시 사람의 손 끝이 가장 정교하다는 판단에서 사람이 직접 작은 정으로 쪼아가면서 떼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체를 놓고 비판론도 없지 않았다. 탑을 해체한다해도 기존 부재를 얼마나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해체 결과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회의론이었다. 이같은 지적은 비록 상당부분 무너지고 시멘트가 덕지덕지 붙어있어도 지금의 모습이 백제탑의 고풍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이번 작업에선 일단 해체 보수한다는 것만 결정됐을 뿐, 복원 여부는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탑을 해체해봐야만 부재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 돌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등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원을 한다고 해도, 새로운 부재를 넣어 애초의 모습대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모습대로 복원할 것인지는 해체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하게 된다.
문화재연구소는 해체 현장을 제한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때 건립된 미륵사지 서탑은 국내에 남아 있는 1000여기의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목조탑의 형식을 이어받은 탑으로, 백제인의 예술적 감각과 건축적 수학적 역량이 녹아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미륵사엔 원래 동쪽과 서쪽에 똑같은 모양의 석탑이 하나씩 있었다. 동탑은 조선시대 때 미륵사가 폐허가 되면서 함께 없어졌다. 지금은 서탑만 남아 있고, 그 서탑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국보 11호. 탑은 원래 9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탑은 상당 부분 붕괴된 채 현재 6층 일부만 남아있다. 현재 높이는 14.2m.
미륵사지 동탑은 발굴 결과를 토대로 1993년 복원됐다. 화강암 석재 2700t, 연인원 4만5000명, 공사비 29억원이 들어갔다. 동탑의 전체 높이는 27.8m.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