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영어강사 못 믿겠네” …일산 6곳조사 4곳 적발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29분


어린이 조기 영어 교육붐이 과열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학원들이 자격없는 외국인을 마구잡이로 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 학원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외국인 강사까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는 13일 일산신도시내 62개 영어학원 중 어린이 전문영어 학원 6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무자격 영어강사 4명을 고용한 사실을 적발, 출입국관리소에 신병을 넘겼다고 밝혔다.

한 곳에서는 정신질환자를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P학원의 호주인 P씨(38)는 지난달 중순 학원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옷을 모두 벗고 거리를 활보하다 3층에서 뛰어내리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진단 결과 P씨는 정신질환인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이달초 강제 출국됐다.

이 학원 관계자는 “정식 고용계약 전이라 수업을 맡기지는 않았다”며 “전문 소개업체를 통해 소개받아 신분이 확실한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O학원의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 V씨(28)는 국적을 영국이라고 속였으며 비자나 여권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학원에 취업했다. 그는 1개월여 동안 어린이들에게 시간당 2만원을 받고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L학원에서 적발된 강사 B씨(24·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영어를 가르쳐 왔으며 회화지도가 가능한 E2비자가 아닌 F1비자만 소지하고 있었다.

자격이 없어 회화지도 비자를 받지 못해 관광비자로 입국한 캐나다인 T씨(27)는 J학원에서 시간당 1만2000원을 받고 어린이들을 한 달간 지도해왔다.

J학원측은 “외국인 강사 알선 회사를 믿고 채용했을 뿐 자격이 없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원들은 대부분 알선 업체의 말만 믿고 외국인 강사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학위나 경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영어교육 열기가 높고 외국인 강사 선호도가 강하다 보니 학원측이 무자격 강사를 싼값에 고용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상당수 학원들이 비슷한 실태를 보이고 있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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