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CNN "돈 안내면 못봐"…유료 전환뒤 미납지역 송출중단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49분


美 테러사건을 보도한 CNN
美 테러사건을 보도한 CNN
그동안 국내 케이블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었던 미국의 뉴스채널 CNN의 방송이 상당수 지역에서 갑자기 중단돼 시청자들의 항의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CNN측이 2월부터 무료 방송에서 유료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지역유선방송국(SO)에 수신료를 내도록 요구했으나 지역유선방송국 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CNN측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지역유선방송국에 대해 잇따라 송출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CNN은 외국인 밀집 지역인 용산구를 비롯해 송파구 마포구 등 10개 구의 지역유선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C&M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8월말부터 송출을 중단했다. 양천구에서도 10월1일부터 CNN을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CNN을 시청할 수 있는 지역은 강남구 중구 종로구 정도에 불과하다.

CNN의 국내 독점 방송 판매권을 갖고 있는 CSTV측이 지역유선방송국에 요구하고 있는 CNN 시청 요금은 가구당 매달 190원. 이는 시청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유선방송국이 내는 것이다.

지역유선방송국측은 이같은 액수가 “OCN이나 SBS스포츠30 등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채널에 지불하는 돈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너무 과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지역유선방송국들은 CNN의 요구에 “그럴 바엔 방송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

이에 대해 CNN측은 “CNN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유료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으며 그동안의 무료방송은 한국 시청자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 차원이었다”며 “월 방송료 190원은 유선방송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월 1만7000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에서 받는 CNN 방송료와 비교할 때도 저렴한 액수”라고 주장했다.

CNN 측은 “특히 지난 4월부터 매일 하루 2시간씩 한글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영어 자막 서비스도 함께 실시하는 등 한국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유선방송국측은 “CNN의 프로그램 경쟁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내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CNN이 지역유선방송국에 대한 방송 송출을 중단하자 일부 지역유선방송국들은 무료 방송인 미국 GE 계열의 경제전문 케이블 CNBC를 대신 내보내고 있다.

홍콩에 있는 CNN 아시아 본사와 국내 판매대행사 CSTV는 월 190원의 방송료를 인하해 지역유선방송국들과 재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유선방송국들도 “방송료가 ‘현실화’된다면 CNN과 재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싸움에 그동안 별탈없이 CNN를 보던 시청자들만 골탕먹고 있는 셈이다. CNN은 지난 미국 테러 대참사 때 국내 안방에 현장 소식을 생중계처럼 전달하는 등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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