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궁산책-야외행사 등 '런치투어' 즐겨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34분


《보통 샐러리맨들의 유일한 ‘탈(脫)사무실’ 기회인 점심시간. 샌드위치 햄버거 등 즉석에서 조리해 포장해주는 ‘테이크 아웃(Take out)’ 음식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는 ‘런치투어’족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젊은 직장인들은 근처 고궁이나 한강둔치, 미술관을 찾아 간단한 식사 대신 뭔가 특별한 즐거움을 맛본다. 》

▽고궁에서 즐겁게〓“일본 사람들이 땅을 파다가 300년 된 구리선과 유리를 발견했대요. 이걸 보고 일본은 ‘그 시절 일본에는 광케이블이 있었다’고 자랑했죠. 샘이 난 한국 사람들도 땅을 팠는데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 발표했는지 아세요?”

“혹시 ‘우리는 그때 무선 인터넷 시대였다’고 한 거 아니야?”

“앗, 그걸 바로 맞히시면 어떡해요!”

후텁지근한 날씨가 온몸을 나른하게 하던 5일 낮 12시 서울 경희궁. 날씨정보업체인 케이웨더 직원 7명이 잔디에 앉아 주문한 도시락을 먹으며 환담하고 있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소화도 시킬 겸 고궁 산책을 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고요.”

20분 만에 점심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집에서 양철 도시락에 밥을 싸가지고 온 김종국씨(29)에게 시샘 어린 핀잔이 날아온다.

행사명

공연

시간

장소

연락처(02)

시청뒤뜰

문화행사

‘MHOIDA’의 재즈공연

8일 정오

시청본관 뒤뜰

731-6212

송파실버악단의대중음악 연주

15일 〃

메트로 마니아의 록공연

22일 〃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

29일 〃

런치예술무대 2001

퓨전 재즈밴드 ‘웨이브’

28일 오후12시20분

LG 아트센터

2005-0114

포크록 밴드 ‘비온디’

7월26일 〃

타악 연주 ‘스틱킹’

8월30일 〃

토요문화광장

국립무용단

9일 오후6시

국립극장

2274-3507∼8

류복성 재즈콘서트 3000

16일 〃

국립발레단 ‘명작발레 하이라이트’

23일 〃

서울재즈오케스트라 ‘추억의 팝’

30일 〃

“결혼 일주일차 티내려고 아내가 싸준 도시락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저렇게 심하게 내네.”

▽백화점에서 ‘원스톱’으로〓회사원 최영인씨(25·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일주일에 2, 3번 정도는 회사 근처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테이크 아웃’ 음식이 다양하게 갖춰져 빨리 먹고 백화점을 둘러볼 수 있어요. 요즘 유행도 읽고 화장품 매장의 메이크업 쇼에 참여해 화장술도 배우고요.”

백화점에서는 각종 문화 행사나 패션쇼도 보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원스톱’ 기회가 된다는 것이 백화점 점심족들의 변.

이 덕분에 관련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3월부터 테이크 아웃 음식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서울 신세계 강남점 관계자는 “일부 델리숍이나 다코야키점, 딤섬 전문점 등은 한달 매출액이 8000만∼1억원으로 여성캐주얼 매장의 평균 실적을 훨씬 웃돌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관에서 우아하게〓김재영씨(27·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점심시간마다 미술관으로 향한다.

“날씨가 좋으면 영국문화원 뒤나 세종문화회관 뒤 같은 야외공간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소공미술관이나 인사동 근처 미술관에 잠깐 들러 작품을 감상하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이들의 ‘런치 투어법’ 제1조는 식사시간에 맞춰 미리 도시락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 테이크 아웃 전문점의 주문이 몰려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적이다.

▽한강둔치에서 자장면을〓최근 여의도 지역 한강둔치에는 점심이나 저녁시간 자장면을 배달해 먹는 직장인들이 많다.

시원한 강바람을 뒤로하고 자장면을 먹으면 후텁지근한 중국음식점보다 두배는 맛이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얘기. 넓은 둔치에서 배달원이 정확하게 주문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4000만의 필수품’인 휴대전화 덕분. 정보사회가 빚어낸 풍속도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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