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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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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 등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주도해 온 과학자들과 불임클리닉의 의사들, 그리고 특허청 등이 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조항들을 짚어본다.
▽인간배아 복제 금지와 줄기세포 연구 제한〓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능세포’다. 이 세포로 특정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당뇨병, 심장병, 치매 환자에게 이식하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어 현재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우선 줄기세포를 얻어야 한다. 현재 방법은 4가지. 인공수정 뒤 남은 생배아를 이용하는 방법, 핵이 제거된 난자에 어른의 체세포핵을 이식한 후 자란 배아를 이용하는 방법, 불임클리닉에 냉동보관된 배아 가운데 폐기될 배아를 이용하는 방법, 사람의 몸에서 직접 줄기세포를 찾아내는 방법 등이다.
시안은 이 가운데 생배아와 인간배아 복제를 이용한 방법을 금지했다. 생배아와 인간배아를 생명체로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 냉동배아법은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성인의 골수 등에서 직접 줄기세포를 찾아내는 것은 허용했다. 시안에 따르면 지난해 인간배아 복제를 성공시킨 황 교수의 연구는 금지된다.
황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를 금지시킨 나라는 독일뿐”이라며 “이대로 법이 마련될 경우 한국불임학회, 발생생물학회, 가축번식학회, 수정란이식학회 소속의 연구자들 수백 명이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간 교잡행위 금지〓시안은 인간과 동물의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는 등의 종간 교잡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불임클리닉에서 남성 불임 치료를 위해 햄스터의 난자에 사람의 정자를 수정시키는 실험 등은 금지된다. 박세필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은 “정자가 형태적으로는 정상이지만 수정이 잘 안될 때 정자의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 제한〓시안은 생식세포, 수정란, 배아, 태아에 대한 유전자치료(세포질 이식 포함)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다른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지닌 아기 15명이 태어나 논란이 일었다. 국내 마리아불임클리닉에서도 같은 연구가 진행돼 3명의 여성이 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치료는 금지된다.
▽생명특허 심사 이원화〓시안의 특허 조항은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생명공학 특허의 허가 여부는 특허청의 요청에 의하여 신설될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결정하고, 시민사회단체 등의 청원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윤리적인 이유로 생명과학 관련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특허 심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특허청→특허심판원→특허법원→대법원까지 올라가는 현재의 항소 절차 외에 특허청→국가생명윤리위원회라는 새로운 항소절차를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심사제도의 이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허청은 18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특허청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생명특허 조항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특허청 이성우 유전공학과장은 “이 시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옥상옥’식의 법안”이라며 “이 특허조항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호·김훈기·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인간배아-배아복제▼
▽인간배아〓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14일까지의 초기 배아 상태와 함께 조직과 기관의 분화가 마무리되는 단계까지를 말한다. 사람의 경우 대체로 수정 이후 2개월 정도까지를 광의의 배아로 볼 수 있다.
▽태아〓배아 이후 출생 전까지 성장 단계.
▽줄기세포〓배아의 발달 과정 중 신체 각 기관으로 분화하기 직전의 세포로 이를 이용해 신체의 특정 기관으로 분화시켜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인간 복제와 배아 복제의 차이점〓인간 복제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에 의해 완전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배아 복제는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지 않고 기관으로 분화되기 전에 배아간 세포를 얻거나 관련되는 연구를 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