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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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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씨(41·사업·서울 도봉구 창동)는 호주 애들레이드시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둘째 딸 민아(11·초등학교 5학년)를 국내 영어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보낼 생각이다. 민아는 7월 중순 3개월 일정의 호주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 조씨는 “귀국 후 민아가 영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도록 미국 정규 수업방식으로 진행되는 국내 영어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국내에서 합숙하며 영어와 외국문화를 배우는 영어체험 학습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에 300만∼500만원에 달하는 외국 어학연수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에서 영어와 외국문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GVS가 개설한 영어체험학습 프로그램 ‘주니어 영어아카데미’는 접수 이틀 만에 150여명의 학생이 등록할 정도로 붐볐다.
▽24시간 영어로 생활〓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외국인 교사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일기나 편지 쓰기는 물론 부모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도 영어를 써야 한다. TV시청은 AFNKorea와 CNN 등 영어방송만 허용된다. 규칙을 어기면 퇴소도 각오해야 한다.
▽저렴한 비용〓미국이나 캐나다의 한달 어학연수 비용은 항공료와 체재비 등을 포함해 300만∼500만원선. 국내 영어체험학습은 3∼4주 일정에 150만∼200만원 정도다. 외국인과 외국 문화유적을 접할 기회는 적지만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관리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다.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한학희씨(44·회사원)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을 외국에 잠깐 보내는 것보다 값이 싸고 부모도 안심할 수 있어 국내 영어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프로그램은 정규과정과 특별과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정규과정에서는 단계별로 영어를 배운다. 특별과정은 다양한 과외활동으로 꾸며져 있다. 홍익대의 ‘영어캠프’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교육하는 정규과정과 게임 팝송 댄스 웅변대회 컴퓨터 등을 영어로 배우는 특별과정을 개설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체험캠프’는 미군 가족과 농구 배구 등 운동경기와 다과를 즐기는 ‘현장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토익(TOEIC), 토플(TOEFL), 미국수학능력평가(SAT) 등 영어시험 준비반은 선택과정.
▽미국식 수업과 식단〓미국 정규학교 수업방식을 채택하고 식단까지 미국식으로 짠다. ‘주니어 영어아카데미’는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정규 교사 한 명이 학생 15명을 맡아 수학 과학 영어 역사 등을 미국식으로 강의한다.
방과 후와 주말에는 미국 뉴욕 YMCA 캠프 전문교사들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캠프파이어 등 다양한 과외활동을 진행할 예정.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미국유학준비과정’‘일반영어능력향상과정’ ‘영어시험준비과정’ ‘7차교육과정 영어수업 대비과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성적 우수자는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 기회도 제공한다.
미국에서 파견된 요리사가 서구식 뷔페 식단을 준비하고 학생들은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며 식사 예절을 익히는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학부모가 알아둘 점〓모든 일과를 영어로 처리하기 때문에 학생의 영어실력에 맞는 반을 택해야 적응이 빠르다. 등록할 때 레벨 테스트를 받는 것이 좋다.
우리말로 된 카세트 테이프나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못한다. 규칙이 엄격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꼼꼼히 챙겨 자녀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공동 생활을 하기 때문에 숙소 의무실 등 생활 지원시설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좋다.
▽국내 영어체험학습 프로그램 주요내용
프로그램
(주관)
대상
내용
일정
비용
연락처
주니어영어
아카데미
(동아일보/GVS)
초중고생
3주 합숙
(미국인 교사 미국 초중고
정규수업 진행)
접수:5월 14일
∼6월 30일
행사:7월 23일
162만원
02-
2020-1640
홍익영어
캠프
(홍익대)
초중고생,
대학생,
일반인
25일 합숙
(영어학습반과 특별반 운영)
접수:6월 18∼ 26일
행사:7월 23일
180∼200만원
041-
860-2252
외대영어
체험캠프
(외국어대)
대학생,
일반인
4주 합숙
(영어 수업, 현장체험학습, 문화체험학습)
접수:6월 초
행사:6월 25일
179만원
031-
880-4803
기숙사
영어연수
(MBC아카데미)
초중고생,
일반인
2주∼30일 합숙
(영어학습 중심 정규과정과 선택과정, 특별 활동과정)
접수:5월말
행사:7월 23일
미정
02-
2240-3800
JLS컴퓨넷
영어캠프
(JLS컴퓨넷)
초중고생
4주 합숙
(피서지에서 외국인과
생활하는 해변 영어캠프)
접수:수시접수
행사:7월 23일
68만9000원
∼188만원
02-
429-0515

◇영어캠프 체험 초등생 최다혜양 -"생큐-아임 소리…절로 튀어나와요"
“아임 소리. 아니, 죄송합니다.”
경기 성남시 신흥초등학교 6학년 최다혜양(12·사진)은 얼마 전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길에 전철 안에서 30대 아저씨의 발을 밟고 무심코 영어가 튀어 나왔다. 며칠 전 친구가 건네준 물컵을 받으며 ‘생큐’라고 말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은 적도 있었다.
최양은 지난 겨울방학 때 홍익대의 ‘영어캠프’에 다녀온 뒤 자연스레 영어가 입에 붙었다. ‘영어사전’이란 별명도 생겼다.
영어캠프에 참가한 최양은 오전에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를 배웠다. 오후에는 영어퍼즐풀기 등 영어게임을 하거나 미국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보면서 즐겁게 영어를 배웠다. 어설픈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캠프에서는 영어만 사용해야 돼요. 배드민턴을 치던 한 친구가 우리말로 ‘빨리 시작하라’고 큰소리를 쳤다가 벌점 2점을 받기도 했어요.”
최양은 “미국인 선생님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양은 오전 7시면 TV를 켜고 영어캠프에서 만났던 선생님이 출연하는 EBS 영어프로그램을 본다. 지난 설에는 대전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갔다가 아리랑 TV의 영어퀴즈프로그램을 보며 답을 맞혀 친척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최양의 어머니 이선형씨(40·중학교 교사)는 “영어캠프에 다녀온 뒤 다혜가 영어를 중얼거리며 놀 정도로 영어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