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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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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 ‘세상이 곧 수도원’이라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게 기독교인의 진정한 영성입니다.”
서울 논현동 서울영동교회 정현구 목사(42)는 신학을 공부해오면서 현대사회의 기독교적 영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이런 고민이 담긴 그의 미국 밴더빌트대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캘빈의 종교개혁과 예수회 창시자 로욜라의 개혁이 신구교 양쪽에서 똑같이 중세 수도원의 영성을 수도원 밖으로 끌어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같은 때 파리에서 대학을 다녔던 캘빈과 로욜라는 ‘은둔처가 아니라 시장통에서 영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캘빈이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할 때 로욜라는 예수회라는 새 수도회를 조직해 로마에서 가톨릭을 개혁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적대적이긴 했지만 ‘세상이 곧 수도원’이라는 생각에는 우연히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 목사는 목사라는 이유만으로 교회의 다른 사무원보다 월급을 많이 받지 않는다. 관리집사가 부양가족이 많으면 담임목사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 이 교회에서는 또 목사들이 자진해서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하고 소득세를 낸다. 목사도 남들과 똑같은 월급쟁이인 것이다.
“신앙이 좋은 기독교인들이 부동산이나 세금과 같은 돈 문제에서 오히려 비윤리적인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은혜’만 받는다고 저절로 윤리적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교회는 현대사회의 분석에 기초한 올바른 윤리 기준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서울영동교회는 강남개발 시기에 강남에 들어선 교회로는 드물게 지금도 79년에 세워진 그대로의 모습이다. 교회가 성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신도가 늘자 90년 한영교회, 93년 일원동 교회, 94년 서울남교회, 98년 분당 샘물교회 등을 차례로 분립(分立)시켰다.
건물을 헐고 더 큰 새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을 절약해 구제와 선교에 힘썼다. 분립된 교회도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다. 한영교회는 한영고교의 강당으로 활용되고 있고, 서울남교회는 예수교 장로회 고신측 총회회관에 들어있다.
정 목사는 21세기 교회의 구제활동은 좀 더 삶에 밀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그동안에도 주말에 정신 장애인을 돌보면서 잠시나마 부모님들의 짐을 덜어준다고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외곽에 유기 농사를 짓는 장애인 시설 등을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무슨 거창한 프로젝트를 하자는 게 아니라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이 부모님에게 평생 짐이 되지 않도록 교회가 도움을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