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정금주씨 시댁 3년마다 '명절 해방'

입력 2001-01-21 16:36수정 2009-09-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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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8년째로 자민련 여성국에 근무하는 정금주씨(34) 시댁에는 다른 집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제도’가 하나 있다. 정씨가 제안하고 시댁 식구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는 ‘명절 휴식년제’다.

“3명의 며느리가 일년에 한번씩은 돌아가면서 친정에서 명절을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무리 출가했다지만 여자들도 고향이 있고 보고 싶은 형제 자매들이 있는 거 아니에요.”

정씨의 시댁은 보수적인 대구에 있지만 정씨에겐 명절 귀향길이 즐거운 여행길이다. 부부뿐만 아니라 시댁 식구들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평등함’을 덕목으로 삼기 때문이다.

해마다 명절이면 시댁에 가기에 앞서 정씨는 동서들과 미리 연락해 고기 과일 생선 등을 분담해 준비한다.

명절 아침에 간단한 차례가 끝나면 온 식구들이 차에 나눠 타고 인근 경주나 안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도 특이한 행사다.

“시아버지가 장손이신 데다 마을 이장을 오래 하셨거든요.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손님 치르느라 고생한다며 당신이 앞장서 대문 밖을 나서세요.”

시어머니도 저녁상을 물린 뒤에는 아들들에게 “오늘은 며느리들이 고생했으니 설거지는 너희가 해라”고 말씀하신다. 비록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쌓인 피로가 사라진다. 명절의 절반은 반드시 친정에서 보내는 것도 집안 불문율 가운데 하나.

지난해 여성신문사의 평등부부상을 남편 최병학씨(37)와 함께 수상하기도 한 정씨는 무엇보다 남편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이해 깊은 시부모님이라도 며느리가 직접 말하기는 힘들어요. 남자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죠. 시부모들도 자녀들을 독립된 가정의 주체로 존중해 주셔야 하고요.”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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