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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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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신정화씨(23·서울예대 시각디자인과2)는 ‘달라진 명동’이 좋다.
대학과 대학입학 전 다니던 미대입시학원이 명동 근처여서 휴학생활을 포함해 4년째 이곳을 드나들지만 요즘처럼 화사하게 변한 적은 없었다. ‘중앙통’ 바로 옆 골목길이 국산 명품브랜드거리로 바뀌면서 20, 30대 실속파 젊은층이 분위기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거리가 많이 분주해졌다. 퇴출기업, 실업자 등 건조한 소식이 줄을 잇고 있지만 명동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북적거린다. 패션 매장들은 신상품의 초기반응을 살피는 ‘안테나 숍’역할을 하는 까닭에 단번에 지나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도록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에 갖은 정성을 쏟았다. 숍 윈도엔 ‘아르바이트생 구함―78년생 막내―100만원부터’ 따위의 구인 포스터가 어김없이 붙어있다.
“요즘 명동은 거품에 매달리거나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대학생이나 젊은 샐러리맨들이 많이 찾아요. 무턱대고 해외명품에 연연하진 않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이름값’은 하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경기변동에 덜 흔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신씨의 예민한 눈썰미에 비친 명동을 찾은 사람들의 성향이다.
이곳엔 사치명품(Luxury)이 아닌 브랜드상품(Brand Goods)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보성의 쏘베이직이 3층 규모의 매장을 열면서 “국산 브랜드 모여라”라고 외치지 않았나 싶을 만큼 곧바로 나산의 ‘네오뷰’가 뒤를 이었고 물, 클럽모나코, 쿨독, 야, 롤롤 등 20여개 브랜드가 모인 ‘유스데스크’가 합세했다.
◇"20만~30만원대 가장 잘팔려"
올 하반기 들어서 만도 복합의류매장 ‘데얼스’가 등장했고 신원에벤에셀패션몰과 이랜드가 이곳으로 신규 이전확장을 했다.
최근엔 ‘트렌드20’, 기존의 ‘타임’까지 한 골목 안으로 합쳐졌다. 멀티숍 ‘브이익스체인지’는 내년 초 다양한 의류브랜드를 갖춘 ‘하트존’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 보수중이다. 국산만큼 인지도가 높은 폴로와 게스도 지난달 말 이 골목으로 이전확장 한 상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한파가 몰아닥쳤던 시절, 패션 직매장들이 적잖게 이곳에서 물러났다. 한동안 무주공산이었으나 중저가 쇼핑몰 밀리오레가 들어서면서 명동전철역 부근 10대 취향의 중저가매장들이 힘을 얻게 됐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명동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매장과 신규 브랜드 매장들이 ‘중앙통’ 옆 골목으로 집결한 것이다.
물의 양정환 점장(34)은 “다른 곳 지점들은 불황 탓에 20∼30%씩 판매가 줄었다지만 여기는 꾸준하게 매상이 이어지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유동인구에 비해 실구매층이 견고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원의 김재능 이사는 “최근 2, 3년 사이 서울에선 10대를 위한 중저가의류는 동대문, 연령과 상관없이 고소득층을 위한 곳은 압구정 청담동상권으로 양극화됐는데 그 와중에 자리를 못 잡던 명동이 최근 브랜드 바람을 타고 중고가패션으로 차별화됐다”고 설명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명동에선 정장 코트 가릴 것 없이 20만∼30만원대가 가장 잘 팔리는 가격대.
20, 30대의 실속파 직장인과 젊은층들이 거품 없고 합리적인 20만∼30만원대 패션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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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