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터뷰]백건우, 英 데카사와 손잡고 새음반 녹음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51분


피아니스트 백건우(54). 30여년전 한국 피아니스트의 대명사였던 그의 이름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1998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집 전곡을 내놓으면서 프랑스 비평계에서 ‘건반의 타이탄(거인)’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그가 최근 ‘영국 음악문화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데카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지난달 28∼30일 영국의 포턴홀에서 새 음반을 녹음했다.

레퍼토리는 이탈리아 근대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바흐의 작품들. 파리 자택으로 돌아온 백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녹음장소 등 여건은 어땠나.

“런던에서 차로 두시간정도 걸리는 아담한 마을이었다. 화가의 아틀리에 몇군데와 소규모 콘서트 및 녹음용 건물인 포턴홀 외에 다른 시설이 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녹음에 임할 수 있었다.”

―새 음반에 실릴 작품을 설명한다면.

“부조니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바흐의 오르간용 ‘코랄 프렐루드’ 10곡과 무반주 바이올린 모음곡 중 유명한 ‘샤콘’ 등이다. 부조니는 단순히 바흐 작품을 피아노용 악보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철학을 바흐 작품위에 실었다.”

―부조니의 음악철학이란.

“부조니는 음악이 걸어온 과거와 미래를 항상 의식했고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숙고한 작곡가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다. 그는 피아노를 오르간이나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스케일로 다루었다.”

―80년대 말 이후 ‘단테’등 작은 음반사에서 내놓은 라벨 프로코피예프 등의 음반이 주목을 받게 됐고, 98년 RCA에서 발매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이 큰 주목을 받는 등 연주가로서 늦은 나이에 꽃을 피우고 있는데.

“연주가에게 명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때로 해독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 언제 연주하든 충실히 가진 바를 선보이고, 청중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여름 일정이 더욱 바쁜 것으로 알고 있다.

“95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디나르 음악축제를 8월4일부터 19일까지 브르타뉴 지방의 디나르시에서 연다. 피아니스트 미하일 루디, 피터 도노호 등 유명 음악가들과 ‘모스크바 무지카 비바’ 등의 연주단체가 출연한다. 그밖에 콜마르 음악축제에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빈틈없이 일정이 짜여져있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연주여행을 가서나 쉴 틈이 생기지, 집에서는 영화 볼 틈도 없이 연습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부인 (영화배우 윤정희)은 혼자 영화를 보느냐”고 묻자 “딸 진희( 파리 고등음악원 재학·바이올린 전공)과 함께 다닌다”며 웃었다. 백씨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셈 음악축제에서 북한국적 조총련계 지휘자 김홍재 지휘의 KBS교향악단 연주회를 협연할 예정. 연주곡은 부조니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부조니의 코스모폴리탄적 면모가 드러나 각국 정상이 모이는 아셈의 취지에도 잘 맞을 것 같다” 며 “남성합창이 등장하고 연주시간도 길어 연주에 어려움이 있지만, 꼭 이 작품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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