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 스타일]황색잠바 색안경 낀 ‘지도자 동지’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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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의 첫 만남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외모와 스타일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주었다. 김위원장은 그동안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우선 김위원장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당시 입었던 짙은색 인민복과는 다른 황색의 간편복 차림이었으며 곱슬머리와 옅은 색깔이 들어간 안경을 쓰고 있었다.

간편복은 김위원장이 직접 인민복을 개량한 것으로 구속받기 싫어하고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적 기질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김위원장이 양복 입은 차림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보인 것은 92년2월 재일 조총련 상공인들이 기증한 경공품 전시회를 시찰한 때가 유일했다.

또 하나 눈에 띈 대목은 김위원장이 평소 달고 다니던 김일성배지를 달지 않은 점. 전문가들간에는 “마음의 문을 열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김위원장은 단신(短身)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 172㎝ 키의 김대통령과 비슷해 보였다. 납치돼 북한에 머물렀던 배우 최은희(崔銀姬)씨와 김위원장의 조카 이한영(李韓永)씨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위원장의 키는 160∼166㎝.

그는 키를 크게 보이기 위해 ‘지도자 동지’로 불리기 시작한 70년대 초반부터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에서 특수 제작한 굽 높은 신발을 신었으며, 80년대부터는 전속 제화공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굽 높이는 보통 여성의 하이힐 높이인 7㎝ 정도라는 것.

그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김위원장의 몸무게는 표준 체중보다는 더 나간다는 관측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줬다.

김위원장은 또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오는 김대통령에게 박수로 마중하는가 하면 환영나온 평양시민들에게 간간이 손을 흔들어 보였고 적절히 미소를 짓는 등극히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며 대중 정치인으로서 손색이 없음을 과시했다.

특히 “김대통령이 몸이 불편한 것도 알고 있다” “나도 통치를 하고 있지만 더 젊다”는 거침없는 언사들은 주위의 시선이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담대히 행동하는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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