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무보증의사 확인 안했다면 빚 대신 못물려"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55분


채권자가 보증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계약을 맺었다면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없게 됐더라도 보증인에게 채무변제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지창권·池昌權 대법관)는 7일 채권자 정모씨가 채무자 임모씨의 보증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보증인은 빚을 대신 갚으라”고 명령한 원심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보증인은 채무액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원고에게 보증을 서겠다고 했으나 나중에 1억50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증 의사를 철회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보증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보증계약이 성립하려면 채권자가 보증인 본인이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거나, 혹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보증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소송의 원고는 그런 확인절차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97년 5월 임씨가 구두로 채무보증을 선 이씨의 도장 등을 몰래 가져다 보증계약을 맺은 후 돈을 갚지 않자 이씨에게 대신변제를 요구했으나 이씨가 “보증 채무액이 많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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