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스피드 디지털시대의 성공 논법]"직관으로 승부하라"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잘 자∼. 내 꿈꿔.”

가수 이정현과 조성모가 등장하는 n016 광고의 카피. ‘내꿈꿔 버전’만 20여개가 나와 입에서 입으로 떠돌 정도. 업계에선 벌써부터 올해 최고 히트작으로 꼽지만 이 카피는 사실 광고주에게 완성품을 선보이기 직전에 급조된 것이었다.

원래는 ‘사랑해’. 진부하다는 지적에 대안을 찾던 중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조영민씨(27·여)가 불쑥 “‘잘 자, 내 꿈꿔’가 어떨까요?”했다. 다른 팀원들은 너무 평범하지 않느냐고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조씨는 “‘바로 이거다’라는 필링이 왔다”며 흥분했다.

숱한 회의와 고민을 통해 결정됐던 ‘사랑해’는 사라졌다. 그리고 일순간 떠오른 ‘잘 자 내 꿈꿔’는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조씨는 “‘감’에 승부를 건게 성공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직관 또는 감(感)에 의존하는 사람에겐 ‘주먹구구’라거나 ‘통밥’이란 부정적 평가가 따라 다녔다.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

그러나 디지털과 함께 열린 21세기는 바야흐로 직관의 시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진홍교수는 “각 시대엔 그 시대에 맞는 로직(logic)이 필요하다”며 “디지털시대엔 산업시대엔 이성과 논리에 밀려 간과돼왔던 직관이나 감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나래를 펴기엔 ‘1+1〓2’식의 계산법에 기초한 이성이나 합리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

직관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는 또하나의 근거는 속도다. 빌 게이츠가 ‘생각의 속도’에서 2000년대를 ‘속도의 시대’로 전망한 것처럼 디지털 경제에선 속도가 승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원인 결과를 추론하는 이성에 의한 결정은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복잡계 경영론’도 대두됐다. 산업사회에선 아이디어가 사업화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아이디어가 즉시 돈이 되는 시대. 이같은 환경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조직이 순차적 선형적으로 움직이는 팀플레이가 아니라 직관과 창의력을 가진 개인들이 즉각적으로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얘기다. 리더십과 경영조직 전문가 리처드 파슨이 “경험많은 리더일수록 직관을 신뢰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자인 융은 “직관이란 이성적 사고를 거치지 않은 비합리적 정신 기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는 “법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알아채고 지각하는 능력이 직관이며 스피노자는 가장 수준 높은 인식 형태로 간주했다”고 했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가 증권투자가 등은 융이 꼽은 ‘직관이 높은 직업군’.

디지털시대 주목받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직관을 활용하고 있을까. 직관을 통한 21세기의 성공법을 들어봤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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