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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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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공원을 만들어 보자. 우선 호박을 채굴해서 공룡의 피를 빨아 먹은 모기의 화석을 찾고 모기가 빨아들인 공룡의 피에서 DNA를 찾아내 온전한 공룡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DNA를 조작한다.
이상은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많은 유전공학의 최신 성과가 반영됐다. 그렇다면 실제 상황에서도 이런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1922년 호박으로부터 당시로서는 가장 오래된 DNA를 분리해 냈던 미국자연사박물관 부관장 랍 드사르와 과학잡지 ‘사이언스 뉴스’ 편집장 데이빗 린드레이는 이 책(원제목 The Science of Jurassic Park and The Lost World)을 통해 영화 ‘쥬라기공원’과 ‘잃어버린 세계’에서 행해진 실험을 점검한다. 그들의 영화에서 행해진 실험과정을 좇아가며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 문제에 대한 현단계의 해결책과 전망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배 속에 신선한 피가 가득 들어 있는 공룡시대의 곤충이 완전하게 보존된 채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룡의 피를 가진 곤충을 찾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 곤충이 가진 피를 전혀 오염 없이 추출해 내는 일, 공룡의 DNA를 증폭시키고 온전한 공룡이 될 수 있도록 DNA 조각을 잇는 작업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유전자 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는 것을 보면 공룡의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유전자의 진화관계에 대한 계통도까지 있어야 원하는 공룡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배아가 자라날 알을 구하고 부화를 위한 조건도 알아내서 맞춰줘야 한다. 태어난 후 먹이와 생식의 문제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렇게 쥬라기공원 만들기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유전공학의 최신 성과를 배우게 된다. 김재호·장혜영 옮김 216쪽 8000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