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장편 '남녘사람…' 日서 번역출간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작가 이호철 (68)의 장편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이 일본어로 번역 출간됐다.

‘남녘사람…’은 작가가 84년 착수, 10여년의 작업 끝에 96년 완성한 자전적 장편. 6·25의 발발부터 주인공이 인민군에 입대, 국군 포로가 되어 남쪽행을 택하는 과정과 전쟁속의 극한상황을 묘사하며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치와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한 의문을 형상화하고 있다.

번역은 재일 시인겸 번역문학가 강상구가 맡았고, 일본의 명문 출판사인 신쵸사(新潮社)가 책을 펴냈다. 신쵸사는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을 출판해온 문학 전문 출판사다. 초판 인쇄부수는 4000부. 1억을 넘는 인구와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일본이지만 번역 문학작품 초판으로는 비교적 많은 부수다.

신쵸사는 출간과 함께 아사히신문 1면 광고에 다른 신간들과 함께 ‘남녘사람들…’을 소개하고, 홈페이지(www.webshincho.com)에 작품 주요 내용을 싣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최근 신쵸사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작가는 “나의 작품이 한국의 분단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며 “같은 작품이 이미 폴란드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세계에 우리의 현실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중 ‘소시민’은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번역 출간됐다. 초기 단편소설 ‘탈향’도 번역돼 올해 말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 출간하는 한국 대표 단편소설 선집에 실릴 예정이라고 이씨는 밝혔다.

한국 출판시장에서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아사다 지로 등의 작품이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 작가의 일본 독서시장 진출은 찾기 힘든 편이어서 문학분야의 ‘역조현상’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90년대 초반 박경리 ‘토지’의 일부가 번역 소개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조정래 ‘태백산맥’ 전 10권이 7년간의 번역작업 끝에 대형 출판사인 슈에이샤(集英社)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