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장기예금이 좋다" 우대금리에 각종 혜택 제공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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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으로 만기 3개월 미만의 초단기 상품에 돈이 몰리자 은행들이 장기예금은 우대하고 단기예금은 박대하는 쪽으로 수신전략을 바꾸고 있다.

1년 이상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금리를 최고 1%포인트 더 얹어주고 경품을 제공하거나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예금의 장기화’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단기상품에 돈을 맡기는 경우 예치규모가 크더라도 철저하게 기준금리만 적용한다.

▽은행마다 장기예금 유치 총력〓안정적 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 현재 은행권의 공식 수신금리는 연 7.6∼8.0%선이지만 일부 은행은 올들어 1억원 이상의 고액 예금에 대해 지점장 전결이나 본점과의 협의를 거쳐 최고 연 9%대를 적용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5000만원 이상을 1년만기로 맡기면 0.9%포인트 올려주고 한빛은행도 예치액에 따라 0.2∼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여한다.

조흥은행은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는 대신 거래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장기예금을 끌어들이는 경우. 1년만기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연 7.6%로 다른 은행보다 다소 낮지만 예금고객이 나중에 돈을 빌릴 때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우대하거나 환전 송금 등의 수수료를 깎아주는 서비스를 실시해 큰 재미를 봤다.

조흥은행 개인영업기획실 안병환차장은 “상호신용금고 등의 예금금리가 연 11%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자 경쟁만으로 수신고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누리는 편이 오히려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예금은 가급적 사양〓상대적으로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 예금(MMDA) 등 아무 때나 넣고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상품의 고객은 홀대받는 양상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5억∼10억원의 거액을 맡기면 비록 예치기간이 짧더라도 기준금리에 0.5%포인트의 이자를 얹어 줬지만 최근엔 고액 전주(錢主)가 추가금리를 요구하면 지점측에서 단호하게 거절한다.

특히 주택 신한 하나 한미 등 우량은행일수록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거래실적이 많은 단골고객이 아니면 단기예금을 무리하게 유치하지 말라”는 지시를 지점에 내리기도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단기수신에 대해 ‘고자세’를 보이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은행의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자금확보에 나서지 않아도 시중 여유자금의 상당부분은 은행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계산 때문.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받으면 이 돈을 대출이나 채권 등으로 굴려 이익을 내야 하는데 단기성 수신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어려워 은행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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