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그림' 朝鮮 불상과 닮아… 코-눈매 비슷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15분


조선시대 불상을 만든 어느 이름없는 예술가와 현대화가 이중섭. 이들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세월의 간극. 그러나 그 간극에 어떤 보이지 않는 끈이 맞닿아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처음으로 공개한 조선시대 ‘납석제 선각 여래 나한좌상(臘石製 線刻如來羅漢坐像)’불상. 이 불상과 이중섭 그림이 비슷한 얼굴 이미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73년 강원 원주에서 출토된 이 불상은 5개의 납석에 여래좌상 1구와 나한좌상 4구가 각각 새겨져있다. 다리미 바닥 모양으로 만든 광배(光背)가 이채롭다.

이중섭 그림을 연상시키는 부분은 나한상의 얼굴. 나한상의 소박하면서 천진난만한 얼굴선이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 ‘벌거벗은 아이들’의 그것과 흡사하다. 특히 코와 눈매의 이미지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나한상의 눈에는 눈동자가 있고 이중섭 그림의 눈엔 눈동자가 없다는 점.

물론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울림 학예연구사는 “이중섭이 고려청자에 그려진 동자(童子)의 모습을 연구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이 불상은 시대를 뛰어넘는 한국의 보편적 조형미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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