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단속]세운상가 버젓이 호객 흥정…거래 늘어

  • 입력 1999년 3월 26일 19시 15분


음란물 단속은 말뿐. 최근 여자탤런트 O양이 등장한다는 비디오테이프와 CD롬이 급속히 퍼져나가자 당국은 음란물 유통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단속 발표 이후 오히려 ‘은밀한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세운상가. 건물 바로 앞 대로변엔 경찰병력 수송용 대형버스가 서 있었다. 그 버스에 걸려 있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음란물 유통 철저 단속, 98년 8월25일에서 근절시까지, 종로경찰서 종로구청 세운상가.’

그러나 포르노비디오 음화 등 갖가지 음란물을 파는 곳으로 소문난 상가 3층 복도에선 음란물 판매업자들의 호객행위가 여전했다. 건물 오른쪽 옥외계단을 따라 3층 복도에 올라서자마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따라붙었다.

“비디오테이프랑 CD롬 있어요. 한번 구경이라도 하세요.”

‘음란물 철저 단속’이란 노란색 플래카드를 몸에 두른 정복 경찰이 20여m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가 3층에서 단속을 벌이는 경찰은 20여명. 두명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상가를 맴돌고 있지만 음란물 판매상들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옥외 복도를 따라 상가 건물을 한바퀴 도는 동안 10여명의 판매상이 ‘유혹’했다.

“O양 테이프요, B급은 10만원, A급은 30만원인데 뭘 원해요. CD롬도 마찬가지예요.”

한 판매상의 안내로 옥외 복도에 세워진 가건물에 들어서자 이른바 O양 비디오테이프와 CD롬이 가득했다. 잠시 후 20대 초반의 남자가 가건물 안으로 들어와 흥정을 시작했다.

판매상은 “비디오테이프와 CD롬을 합쳐 하루에 20개 정도는 판다”고 말했다.

상가 앞에서 만난 한 경찰은 “현재의 단속방식은 문제가 있다. 가건물과 상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지 않고는 불법유통을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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