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취재를 하며]『베란다쯤은 양보』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금연주의자인 아내에겐 거실을, 애연가인 남편에겐 베란다를.”

남편에게 몰린 ‘동정표’ 덕분에 압도적 남편우세 평결이 나왔다. 미즈배심원 대다수는 “IMF시대에 초라해진 남편에게 ‘담배 한개비의 자유’는 주자”는 입장. “한두개비는 애교로 이해해주자.”(김강혜주부)“가장에게 베란다 쯤은 양보할 수 있다.”(양영인주부)“겨울 삭풍에 남편을 집밖으로 내모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손수진주부)

미스터배심원 대부분은 “남편의 비애가 가슴저리게 전해온다”며 베란다만은 ‘남편명의로!’라고 외치듯 주장. “나도 베란다에 탁자와 의자를 마련해 흡연공간으로 쓰고 있다. 그렇게 내몰면 남편이 담배보다 스트레스로 더 빨리 갈지도 모른다.”(조범구씨)“벼랑끝에 선 가장을 이해해야.”(강원준씨)“겨울 문밖이 얼마나 추운지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모른다.”(박종혁씨)

미즈 및 미스터 배심원 가운데 각 한명이 아내 편. 장경자씨는 “말로만 가족사랑이냐. 소중한 이들의 건강을 위해 절대 금연하라”고 역설. ‘골초’라는 임종헌씨는 “아내가 밀어붙여서라도 끊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오히려 남편의 처지가 부럽다는 표정.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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