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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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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에게 초중고교 과정을 가르쳐주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양원주부학교’의 늦깎이 학생들이 쓴 글이다. 이 글들은 뒤늦게 책을 펼쳐들면서 겪은 이야기와 사연을 담은 수필집 ‘되돌리고 싶은 시계바늘’에 실려 있다. 평안한 일상에서 주부들을 일으켜 세워 배움터로 내몬 것은 가정 형편으로 포기해야 했던 배움에 대한 동경과 못배운 설움.
“남편에게 속여왔던 나의 학력, 아이들이 물을 때마다 얼버무리며 느껴야 했던 부끄러움, 신문 좀 대신 읽어달라던 남편에게 괜히 바쁘다며 없는 일 만들어 부산하게 움직였던 일….”(서막동·徐莫童·40). 의욕만큼 따라주지 않는 머리와 손. 이럴 때 가족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고 이들은 말했다.
“조그마한 음식점을 경영하느라 잠이 늘 부족한 나에게 어머님께서 ‘어멈아 밥 한숟가락 뜨고 가거라’하시며 학교에 가는 일에 반대는 커녕 마치 친정어머니처럼 나를 생각해 주신다”(변숙영·卞宿榮·54)
“사위는 수학을 가르쳐주었고 딸은 책표지를 곱게 싸주었다.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엄마 공부해야죠’하며 내가 저희들에게 했던 대로 나를 다그친다”(손한인·孫漢仁·53).
이 학교 이선재(李善宰)교장은 “칠순을 넘긴 학생들이 추운 겨울에도 늦지않고 꼬박꼬박 수업받으러 나오는 것을 보면 고개가 숙여진다”며 “서툴고 투박스러운 글이지만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18일 오후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도 연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