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犬이 주인 살려냈다…만취주인 감싸안아 凍死막아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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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술에 만취해 밤거리에서 동사(凍死)할 뻔했던 주인을 살려내 화제.

5일 새벽 6시경. 서울 성동구 성수2동 성수여중 건너편 도로에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김모씨(43·신원불명)를 개 한마리가 몸으로 감싸고 있었다.개는 드러누운 김씨의 몸을 몸뚱이로 문지르며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던 것.

지나던 사람들이 김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바지 주머니를 뒤지려고 손을 내밀면 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이 개는 또 김씨를 깨우기 위해 밤새 옷을 이빨로 물어 당겨 이빨에는 김씨의 옷이 찢겨진 채 끼여 있었다.

주위에 모인 30여명의 구경꾼들은 “사람보다 낫다”며 연방 감탄을 했고 일부는 빵과 우유를 사다 밤새 주인의 생명을 지킨 개에게 주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성동소방서 소속 정승원(鄭勝元·32)소방교 등 소방대원들은 김씨를 구급차에 옮기기 위해 이 개와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어야 했다.

이 충견은 김씨를 구급차에 옮겨 실은 뒤에도 소방대원들이 김씨를 담요에 싸서 잘 살펴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소방차에 올라탔다. 119에 신고한 채준병(蔡俊炳·47)씨는 “군대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개를 길러봤지만 이처럼 똑똑하고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소방대원에게 구조됐을 때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가 전혀 없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가료중이나 자신의 성씨가 김씨라는 말만 겨우 할 수 있을 뿐 여전히 인사불성. 개 전문가들은 누런색 털을 가진 이 개가 진도개와 셰퍼드의 교배종으로 나이는 3살쯤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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