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부산∼서울 르포]『고속도는 거대한 주차장』

  • 입력 1998년 10월 6일 19시 27분


추석 귀향은 뿌듯했지만 ‘주차장 도로’에선 그만 지쳐버리고 말았다. 고속도로는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새벽녘 갓길은 ‘노숙 운전자’들로 응급차가 지나갈 틈조차 없었다.

본보 취재팀은 귀성 귀경 차량이 가장 많이 몰린 3일과 5일 가장 혼잡한 시간대를 골라 서울 부산을 왕복하며 교통 실태를 체험했다.

5일 오후 7시 부산을 출발한 취재팀은 13시간 가까이 고속도로에서 헤매다 6일 오전 8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죽암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 주차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컵라면용기 포장지 젓가락 술병 등 갖가지 오물이 나뒹굴었다. 길가에선 대소변 악취도 심했다.

죽암휴게소뿐만이 아니었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귀경 차량들이 휴게소 진입로마다 40∼50대씩 진을 쳤고 이들이 떠난 뒤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였다.

한밤중에는 갓길 곳곳에 노숙(路宿)차량들이 2열로 길게 줄지어 서있었지만 어느 차량도 경고등을 켜거나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아 위태로워 보였다. 5일오후 7시부터 6일 새벽녘까지는 버스전용차로를 타고 달리는 ‘새치기’승용차가 줄을 이었다.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10분이상 기다려야 했다. 또 우동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수십m씩 줄을 서있었다. 휴게소 근처 숲속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단속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매년 추석 연휴기간중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약 1백40t. 해마다 쓰레기 봉투를 나눠주고 캠페인을 벌이지만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한편 추석을 맞아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97만8천여대. 이중 30여만대가 6일 귀경길에 올라 고속도로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특히 양산부근과 북대구∼금호 분기점, 대전∼천안구간에서 정체가 심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승용차로 13시간반이 걸렸고 특히 호남선의 지체가 더 심해 광주∼서울은 13시간반이 소요됐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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