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과외 사기]「족집게」한목에 8천만원 지급 『선뜻』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7분


서울 강남지역의 고액 ‘족집게 과외’수사가 진행되면서 학부모는 물론 입시학원과 현직교사 사이에 이뤄진 ‘검은 케넥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6일 경찰이 밝힌 학부모는 서울 Y세무서 6급공무원 L씨, K보험사 이사 S씨, 한국전력공사 중역 C씨 등 7명. 경찰이 신원확인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현역 국회의원 1,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단기 완성, 서울대 입학 가능’ 등의 설명에 현혹돼 H학원장 김영은(金榮殷·57)씨에게 건넨 과외비는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제각각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원장 김씨가 “1억이 들어도 좋으니 아이 공부만 확실히 시켜달라는 부모가 많았다”고 진술할 정도다.

L씨는 수험생 아들의 국영수 과목 개인지도를 부탁하며 김씨에게 8천만원을 한꺼번에 지불했다. L씨의 퇴직전 평균 월급은 3백여만원.

S은행차장 C씨도 지난달 수능시험때까지 딸의 과외를 부탁하며 1천8백여만원을 건넸다. 한달 급여가 4백50만원 수준인 그는 석달치 봉급을 부은 셈. 관세청 사무관 C씨는 고3 아들이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2과목을 두달간 교습받도록 부탁하면서 3백20만원을 냈다.

고액과외를 중간에서 알선한 것은 모두 ‘현직교사’들이었다.

5월 보험사 이사인 S씨의 부인이 원장에게 3천8백만원을 건네고 딸을 과외시킨 것은 딸이 다니는 S여고 교사 김모씨(58)의 알선 때문. 교사 김씨는 이 학원에 강사로 등록, ‘부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된 ‘족집게 강사’는 없었다. 원장 김씨는 대학생을 포함, 자신의 학원강사들에게 월60만원 내외의 수고비만 주고 차액을 모두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두번 수업을 받은 자녀들이 학원을 아예 다니지 않은 경우에도 학부모들은 신고는 물론 ‘도둑이 개에 물린 격’으로 불평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을 통해 학원을 소개받았기 때문에 내신성적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운데다 신분이 노출될 것을 꺼린 것.

원장 김씨의 수첩에 적힌 고교 교사의 명단은 서울지역 49개교 3백50여명. 이 가운데 15개교 1백30여명이 학원측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향응을 제공받고 학생을 소개한 혐의가 짙은 30여명의 교사가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김경달·이헌진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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