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할머니들,『金대통령 방일때 배상요구해달라』편지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26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는 일본군 위안부 시절 만난 일본군장교의 ‘위령제’를 최근 지내고 온 이용수(李容洙·대구 상인동)할머니가 참가했다.

이 할머니는 “44년 16세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던 대만의 신주(新竹)시에서 한 일본군장교(이름을 기억못함)를 위한 위령제를 22일 치렀다”면서 “‘가미카제 특공대’였던 그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일제와는 달리 내 생명의 은인이자 ‘연인’이었다”고 밝혔다.

이할머니가 위안소로 들어가기를 거부해 심하게 맞아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 일본군장교는 할머니에게 약을 구해주는 등 보살펴줬으며 그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이할머니는 그러나 “일본인 개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니는 것과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내가 있던 위안소까지 직접 확인하고 온 만큼 일본정부는 마땅히 국제법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일본 방문 때 일본정부의 배상을 요구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한 뒤 김대통령에게 우송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