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6개월]산업기반 붕괴위기…삶의질「추락」

  • 입력 1998년 5월 21일 19시 26분


실직, 줄어드는 소득과 치솟는 물가, 이로 인한 사회불안과 갈등….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6개월간 일반 국민은 과거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고통을 이중삼중으로 겪었다.

일자리만큼은 걱정이 없는 도시 중산층이나 외환 금융과는 무관해 보이는 산골이나 섬마을도 무풍지대는 없다.

‘삶의 질’의 급격한 악화는 최소한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환 금융위기의 해소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외환 금융위기 극복후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야할 산업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기 때문.

[삶의 질의 현주소]

삶의 질 악화중 가장 심각한 것은 실업문제.

▼실업〓재취업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실업은 경제적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올해 1, 2월 실업자는 하루 1만명꼴로 증가했다. 3월 들어서는 하루 5천명꼴로 줄었지만 감소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형 사업장을 여러개 갖고 있는 대기업들과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실업자는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정부는 올해 실업자수를 1백50만명 이하로 묶어두겠다는 계획이지만 민간연구소 등에서는 2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소득과 재산의 감소〓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에 사는 주부 8백명을 대상으로 IMF 1백일간의 소득과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줄어든 가구의 평균감소율은 무려 32%에 달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효과를 감안한다면 소득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셈.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상승은 원유나 수입의존도가 높은 생활필수품의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소득과 함께 재산도 줄었다. 중산층의 재산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택의 가격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택은행은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3월에 7.5%가 떨어지는 등 올들어서만 12.5% 하락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의 현주소]

초 를 다투는 외환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금융위기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실물경제는 생산기반의 붕괴로 치닫고 있다.

▼외환 금융부문〓지난해 11월 72억달러에 불과했던 가용외환보유고는 꾸준히 늘어 지난달 중순 3백15억달러에 달했다. 일단 국가부도 위기에서는 벗어난 셈. 그러나 외환보유고의 증가는 수출증대에 따른 부분도 있지만 IMF 등에서 빌려온 빚(구제금융)으로 쌓은 것이 대부분이다.

3월말 현재 실질적으로 외국에 진 빚(총 대외지불부담)은 1천5백13억달러에 달했다. 연 8%의 금리를 문다고 치면 이자만도 연간 1백20억달러를 넘게 물어야 하는 규모다.

빚을 갚기 위해선 외국직접투자를 유치하거나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길밖에 없지만 외국자본은 입질도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6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4월 3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 겉모습으로는 많이 좋아졌지만 △환율 상승 △금 수출 △수입 감소에 따라 시작된 흑자기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

게다가 금융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조개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

▼실물부문〓금융경색으로 인해 서울 부산 대구 등 7개 도시지역에서만 하루에 평균 30∼40개 기업체가 쓰러지고 있다.

올들어 산업생산은 통계로 잡힌 3월까지 큰 폭으로 감소, 3월 제조업 공장가동률은 65.2%를 기록했다. 85년 통계청이 산업활동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36.7%가 감소했고 향후 설비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기계수주도 50.6%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향후 6∼7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는 전월 대비 1.3% 감소하면서 올해 내내 경기하강국면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전망과 대응〓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申厚植)국내경제팀장은 “우리가 예년의 생활수준을 되찾기 위해선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팀장은 이에 따라 “IMF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하승창(河勝彰)정책실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담을 계층별로 고르게 분담시켜야 한다”면서 “가속화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분배구조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광암·박현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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